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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상식 회복 시급한 카카오, 더는 핑계 안 통한다[광화문에서/김재영]

입력 2022-01-28 03:00업데이트 2022-01-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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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에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단지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상식 및 윤리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철학을 내세웠지만 그들에게만 이로운 선택을 했다.

“생애 첫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가 많을 것이란 관측은 우리의 시도가 대한민국 기업공개(IPO)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에 등장한 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100% 균등 배정’ 방식을 택했다. 182만 명이 청약에 참여해 평균 2주씩 받았으니 ‘국민주’라 할 만했다. 소액주주를 이렇게 맘에 새기는 회사의 경영진이 앞장서 도망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정작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건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가 주식을 대량으로 팔지 않을까였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답은 명쾌했다. “단기적으로 매각 의사는 없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경영진도 당연히 팔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상식적이다.

물론 경영진의 주식 매도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시가총액 10위권 대기업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900억 원어치의 주식을, 그것도 상장 한 달여 만에 팔아 치운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더라도 다른 정상적인 기업에선 생각조차 않을 일을 거침없이 해낸 것이다.

비판에 대한 대응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류 대표는 “경영상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해 오히려 분노를 자극했다. “카카오 대표로 내정되면서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해명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자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그럼 뭐가 되는가.

카카오 본사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치했다. 애초에 상장 후 한 달도 안 된 자회사의 CEO를 본사로 불러올리려던 결정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다. ‘상장’이라는 미션을 끝냈으니 영전할 때가 됐다는 건가. 투자자들은 상장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미래에 투자했는데, 정작 카카오 경영진은 상장을 차익 실현의 끝으로 본 건 아닌지 궁금하다.

파장이 커지자 카카오는 리더십을 교체하고 경영쇄신을 약속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가 잃은 신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출발점은 사회의 일반적인 요구 수준에 맞는 상식과 윤리의 복원이어야 한다. 카카오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합의와 공감을 넓혀갈 필요도 있다.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사랑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카카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성장통’이라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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