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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차 산업의 경계 허무는 전기차

입력 2022-01-21 03:00업데이트 2022-01-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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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소니가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올봄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전자기업이었던 소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의 공세에 밀리자 전자·금융·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모하며 돌파구를 찾아왔다.

이런 소니지만 대표적인 전통 제조업인 차 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뜻밖이다. 이 기업은 어떻게 차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그들이 만들겠다는 차가 전기차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니의 도전은 전기차 시대에 차 만드는 기술이 평준화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오랫동안 엔진과 변속기라는 강력한 기술 장벽으로 고유의 영역을 지켜왔다. 신뢰성·효율성 있는 엔진·변속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특허는 다른 기업들이 차 산업을 넘볼 수 없게 하는 핵심 요소였다.

거의 모든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자체적인 엔진 설계·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독일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미국 GM,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차그룹 등은 변속기 자체 설계·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이런 능력이 무용하다. 지금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 기술력과 생산력은 차 기업이 아니라 한국, 중국, 일본 배터리 기업들 손에 쥐어져 있다. 전기차에 쓰이는 모터도 기술 장벽이나 간극이 크지 않다. 엔진·변속기를 비롯한 구동 계통의 비중이 컸던 자동차 생산 원가에서 배터리와 전자부품의 비중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 자본과 의지가 있는 기업이라면 전기차 생산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완성차 기업이 마주하는 도전은 내부에도 있다. 전기차는 같은 이유로 차 기업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경쟁력 장벽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전기차는 더 이상 축적된 기술력이나 장인정신을 요구하지 않는다. 중국 같은 후발 주자는 이를 간파하고 일찌감치 내연기관차 경쟁 대신 전기차 경쟁에 공을 들였다. 노골적인 자국 산업 편들기로 CATL이라는 거대 배터리 기업까지 길러낸 중국은 최근 전기차 수출에 속력을 내고 있다.

외부의 도전과 치열해지는 내부 경쟁 속에 기존 강자들도 응전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차 산업은 가장 많은 고용을 거느린 산업 중 하나다. 차라는 대형 소비재를 대량 생산하던 기존 기업들은 거대한 몸집을 지키고 새로 성장할 수 있는 활로가 절실하다.

소니가 진격해 온 이번 CES에서 현대차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2년 전에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선보였던 현대차다. 지금 만드는 자동차처럼 크고 비싸면서 높은 기술력과 축적된 생산·판매·관리 노하우를 요구하는 제품들이다. 로봇과 UAM의 미래를 지금 명확하게 그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 경계를 허무는 거센 도전들을 보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은 당연해 보인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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