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오피니언

[글로벌 이슈/신수정]사회 지도층의 ‘내로남불’ 방역

입력 2021-12-15 03:00업데이트 2021-12-15 03:0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총리실의 크리스마스 파티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4일 “존슨 총리의 파티 스캔들 조사 결과가 수일 내 나올 예정”이라며 “추락하는 지지율과 잇따른 스캔들로 존슨 총리의 레임덕 서막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AP 뉴시스
신수정 국제부 차장
“여러분은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YOU’RE all in this together).”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 사람들은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함께하고 있습니다(We‘re all in this together)”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봉쇄령 속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한 지도층이 속속 나오자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은 “‘우리는’이 아니고 ‘여러분은’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며 “규칙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도층들이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하는 위선(hypocrisy)으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방역으로 가장 위기에 몰린 사람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다. 영국 총리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방역수칙을 어기고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존슨 총리 본인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해 퀴즈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미러는 최근 존슨 총리가 지난해 12월 사무실에서 크리스마스 퀴즈를 진행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영국 런던은 2단계 방역 조치가 시행되던 때로 실내에서는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만남이 금지됐던 시기다. 총리실 대변인은 존슨 총리가 팬데믹 기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화상으로 진행하는 퀴즈에 참여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무실에 6명으로 구성된 팀 4개가 있었고 이들은 와인과 맥주 등을 마셨다고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수많은 파티와 모임이 있었고 심지어 총리도 퀴즈에 참여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총리실의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알려지자 총리 지지율은 재임 기간 중 최저 수준인 24%로 추락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존슨 총리가 오미크론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고 했는데 그 파도가 총리의 정치적 미래마저 삼킬 판”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연소 총리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6)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다 해명 과정에서 말을 바꿔 비판을 받고 있다. 마린 총리는 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관료와 밀접 접촉한 직후 나이트클럽에서 5일 오전 4시까지 춤을 췄다. 핀란드에서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확진자와 접촉해도 의무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본인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그는 격리할 필요가 없다는 연락을 받아 클럽에 갔다고 했지만 곧 “외출 당시 업무용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와서 사회적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더 나은 판단을 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53)는 내로남불 방역으로 주민소환 투표까지 진행됐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강도 높은 방역지침을 시행하면서 정작 자신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호화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분노한 주민들은 주지사 소환 청원을 시작했고 150만 명 이상이 서명해 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민주당 텃밭인 곳이어서 주지사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그에게는 ‘리무진 리버럴’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리무진 리버럴이란 겉으로는 서민을 위하지만 본인은 부자 동네에 살면서 리무진을 타고 자녀들은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진보 정치인들의 위선과 가식을 꼬집는 용어다.

워싱턴포스트는 “방역수칙을 만든 사람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팬데믹 기간 동안 지도층의 규칙 위반, 대중들의 비난, 공식적인 사과 또는 사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AP통신은 “위선도 유행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코로나19와 함께해야 할 것 같은데 ‘여러분’이 아닌 ‘우리’의 고통에 공감하고 솔선수범하는 지도층을 보고 싶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