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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박중현]‘집값 정점론’

입력 2021-12-03 03:00업데이트 2021-12-0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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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2분위(하위 20∼40%)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KB부동산 기준 8억7104만 원으로 전달보다 0.92% 떨어졌다. 2019년 10월 이후 2년 1개월 만의 하락이다. 한 단계 위인 3분위(하위 40∼60%) 아파트 값도 11억70만 원으로 0.05% 내렸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도 2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집값 정점론’이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에 몰려 있는 서울 중저가 아파트값 하락은 시장 흐름이 바뀐다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집값은 오를 때 서울 강남지역 등의 고가 아파트가 가격을 이끌고, 내릴 때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아파트가 먼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중위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달 7억7387만 원으로 10월보다 2.3% 내린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지난달 서울 최하위 20% 아파트 매매가는 5억7094만 원으로 전달보다 1.35% 올랐다. 매매가 6억 원 이하로 제한된 서민용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어서 청년, 서민층의 막판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4분위(상위 20∼40%), 5분위(최상위 20%) 고가 아파트값이 여전히 오르는 건 매물이 부족한 영향이 크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의 ‘하우스 푸어(집만 가진 가난한 사람)’ 발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말 노 장관은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면서 일부 강남지역 아파트값이 최대 40%까지 떨어졌던 2012, 2013년의 집값 폭락을 상기시켰다.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간 가격이 떨어져 손해 볼 수 있으니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경고였다.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당시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까지 올렸지만 이번엔 1%대 후반에서 멈출 공산이 크다. 또 그때는 아파트 공급이 몰리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했고 이명박 정부가 강남·서초구에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한 ‘반값 아파트’ 때문에 “집 살 필요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됐다.

▷결국 아파트값 하락을 추세로 굳히려면 서두르지 않아도 내 집 마련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믿음을 실수요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정부가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를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공급은 일러야 2024∼2025년에나 이뤄진다. 차기 정부가 초기부터 민간 주택공급을 확대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간신히 시작된 집값 안정의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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