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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곽상도 부실 영장, 청구 시늉만 한 엉터리 아닌가

입력 2021-12-03 00:00업데이트 2021-12-0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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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나서는 곽 前의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어제 기각됐다. 곽 전 의원 아들은 2015년 대장동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에 취직해 올 3월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가 성립하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곽 전 의원이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측에 컨소시엄 유지를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사가 “하나은행 누구에게 청탁한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은 2018년 9월 18일 곽 전 의원과 김 씨 등이 만나 청탁의 대가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한 음식점의 결제 영수증도 제시했지만 곽 전 의원의 다른 알리바이 주장을 배척하지 못했다. 검찰은 청탁 대상과 일시 같은 기본적 범죄 구성 사실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기각될 것이 뻔한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이번 수사가 사실 쉬운 수사는 아니다. 검사 시절 뇌물이나 알선수재 사건을 다뤄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쉽게 드러날 방식으로 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곽 전 의원을 단 한 차례 소환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을 청구하는 시늉만 하고 불구속 상태로 흐지부지 끌고 가려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딸의 대장동 아파트 특혜 의혹 등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이재명 전 성남시장 무죄 판결의 관건을 쥐었던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그렇다. 그러나 50억 원이라는 큰돈이 아무런 대가 없이 오고 갔다고 하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원점에서부터 다시 수사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검찰이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면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난과 함께 나중에 이 수사를 수사받는 불명예를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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