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진석]中 3번째 증권거래소

허진석 논설위원 입력 2021-11-17 03:00수정 2021-11-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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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증권거래소가 출범 첫날인 15일 5배 가까이 폭등하는 종목을 배출하며 이목을 끌었다. 홍콩을 제외한 중국 본토에서, 상하이와 선전에 이어 31년 만에 생긴 세 번째 거래소다. 상하이는 대기업들이, 선전은 정보기술 분야 벤처기업들이 주로 상장된 데 비해 베이징거래소는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룬다. 중국의 수도라는 지리적 위치도 상징하는 바가 크다.

▷첫날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은 현대차의 상용차 부품 공급업체이기도 한 퉁신촨둥(同心傳動)이다. 차 동력전달축 제조에서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래 상승·하락 제한 폭은 30%인데 중국은 개장 첫날인 이날은 제한을 없앴다. 퉁신촨둥을 비롯해 신규 상장된 10개 기업은 평균 2배 이상으로 주가가 뛰었다. 하지만 총 81개 기업 중 59개 주식은 하락했고, 3개 기업은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베이징증권거래소는 속전속결로 설립됐다. 시진핑 주석의 설립 발언 이후 74일 만에 문을 열었다. 시 주석은 9월 2일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에서 “중소기업의 혁신과 발전을 지지할 것”이라며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을 통해 서비스 혁신형 중소기업의 주진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처음 밝혔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 등 중국 대형 정보기술 기업은 옥죄면서도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으로 중소기업의 자본 조달에는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시 주석이 주창하는 ‘공동부유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은 베이징증권거래소 설립의 또 다른 원인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대형 기업의 미국 증시 진출을 막고, 미국 또한 중국 기업을 배척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강행한 디디추싱(滴滴出行)을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조사 중이다. 자국 인터넷 기업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면 사실상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미국은 자국 회계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은 내년부터 미 증시에서 퇴출시킬 예정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혁신 기업의 해외 의존을 줄일 자체 거래소를 키울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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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증시에는 외국인은 물론 일반 중국인도 아직 거래에 참여할 수 없다. 전문 투자가와 기관에만 개방됐다. 아직은 불안한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일일 거래 규모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이 기업 통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세계 투자업계에서 중국 기업 리스크는 더 커졌다. 그런 중국이 자유로움이 경쟁력인 혁신 기업의 자본 조달 창구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성공적인 ‘베이징판 나스닥’으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베이징증권거래소#세 번째 거래소#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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