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1년 전 입법 폭주 나섰던 巨與, 이번에는 ‘예산 폭주’ 감행하나

한상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11-03 03:00수정 2021-11-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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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면, 2020년 하반기 국회를 상징하는 단어는 ‘폭주’였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4·15총선에서 전례 없이 180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이 있었다.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부터 폭주의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이른바 ‘임대차 3법’이라고 불리는 부동산 관련 법안을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이 제동을 걸어보려 했지만, 의석수 차이로 인한 힘의 열세를 뛰어넘지 못했다.

기세가 오른 민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입법을 마음먹었고, 12월 야당의 공수처장 인선 비토권을 박탈하는 공수처 입법을 기어이 관철시켰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떻게 됐는가.

지난해 8월 3일 야당의 반발 속에 의사봉을 두드린 뒤 윤호중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걸 벗어나서 한국 경제의 주인이 되기로 결정한 날”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임대차법 통과 전 1년 동안 서울 전셋값은 3%가량 올랐지만, 임대차법 통과 이후 1년 동안은 18%가 폭등했다. 해방은커녕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조차 “이번 선거의 쟁점은 부동산”이라고 할 정도로 부동산 문제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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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긴 마찬가지다. 취임사에서 “과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폐쇄적”이라고 했던 김진욱 공수처장은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서 출석 조사도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새로운 수사 기법을 선보였지만 공수처의 1호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한 여권 인사는 “좌충우돌하는 공수처를 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생각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입법 폭주의 후유증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민주당은 태연하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지나치게 오만했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오히려 9월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민주당은 1년여 만에 또 폭주 채비에 나섰다. 각계각층의 반발을 의식한 청와대의 강력한 제동이 없었다면 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세 번째로 입법 폭주에 나섰을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제 입법 폭주가 아닌 ‘예산 폭주’까지 감행할 태세다. 이 후보가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때문이다. 이미 정부가 짠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와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위한 예산 편성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심지어 현 정부에서 임명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는 “도전하겠다”, “돌파하겠다”고 한다.

기어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면 이번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내놓은 말 한마디에 수십조 원의 예산을 급하게 편성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자세인가. 입법 폭주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예산 폭주의 후폭풍까지 더할 것인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2020년 하반기#국회#폭주#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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