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또 불거진 與野 ‘역선택’ 논란, 남 탓으로 이긴다는 착각

한상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10-13 03:00수정 2021-10-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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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정치권에서 대선 때만 되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역(逆)선택’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역선택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상대편에게 불리한 것을 고르는 일”이다. 지금 정치권에 빗대 본다면 ‘국민의힘 지지자가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일부러 참여해 약하다고 판단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역선택 논란이 이번 대선에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특히 여야 유력 주자들이 나란히 꺼내 들었다.

10일 발표된 민주당의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8 대 62’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재명 캠프에서는 역선택 탓을 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28.30%를 얻어 62.37%를 얻은 이낙연 전 대표에게 더블스코어 이상의 격차로 진 건 “야권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찍은 역선택 때문”이라는 논리다.

앞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역선택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4일 국민의힘 당원 급증에 대해 “위장 당원이 포함됐다. 민주당 정권이 우리 당 경선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지지자들이 8일 국민의힘 2차 컷오프(예비경선)에 참여해 다른 주자들을 찍을 수 있다는 논리다. 경선에 참여한 다른 야당 주자들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르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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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야 모두 내부에서조차 1위 주자들의 이 주장에 고개를 젓고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3차 선거인단 결과를 두고 “20만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참여했는데 그 결과가 역선택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윤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직적 가입이 어려운 온라인 당원 가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3차 선거인단에는 약 24만 명이, 국민의힘의 2차 컷오프에는 약 20만 명이 참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유력 주자들이 역선택 탓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이재명, 이낙연 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한 여권 인사는 “남 탓이 제일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건 어렵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화살을 밖으로 돌리면 캠프 사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나타난 이 후보의 충격패는 ‘대장동 의혹’을 빼놓고 분석하기는 어렵다. 윤 전 총장도 최근 스스로 ‘왕(王) 자 논란’과 ‘주술 논란’을 촉발했고, 캠프의 후속 대응도 미흡했다. 실체도 입증도 어려운 역선택 탓을 하기 전에 후보와 캠프 스스로 그간의 행보를 되짚어 보는 것이 먼저인 이유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대선은 민주당 지지자도, 국민의힘 지지자도, 무당층도 모두 1인 1표다. “이게 다 저쪽 당 지지자들 때문이다”라며 손가락질하는 건 설령 경선 때까지는 통할 수 있어도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는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없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대선#역선택#남 탓#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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