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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허진석]카카오택시

입력 2021-08-11 03:00업데이트 2021-08-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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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카카오T)가 콜 비용을 정액 1000원에서 수요에 따라 최대 5000원까지 내도록 한 ‘스마트 호출 탄력 요금’ 제도를 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바쁜 시간대에 택시를 빨리 부르려면 기본요금(서울 3800원)보다 더 많은 콜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단거리 이용 소비자는 기본요금의 2배가 넘는 8800원을 내야 할 수도 있다.

▷2015년 택시 시장에 진출한 카카오는 초기엔 무료로 소비자와 택시 기사의 환심을 샀다. 그러다 택시 기사의 90% 이상,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하며 독점적 지위에 오르자 ‘유료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2018년에 콜을 유료화했고, 지난해에는 블루 서비스를 도입해 승차 거부 없는 배차를 구실로 최대 3000원을 더 받고 있다. 스마트 호출과 블루 서비스는 고급차량도 아닌 일반택시를, 쉽게 잡게 해준다는 명분으로 돈을 더 받는 사업이다.

▷카카오T는 택시 기사로부터도 월 9만9000원을 받는 ‘프로 멤버십’을 3월 도입했다. 회원으로 가입한 택시 기사에게 손님 행선지를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돈을 받는다. 몇 년 전 자동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손님을 먼저 잡으려는 택시 기사들이 있었는데, 카카오T가 이를 직접 사업화한 셈이다.

▷택시가 필요한 사람은 손을 들어 택시를 잡거나 앱을 켜서 택시를 부른다. 그런데 이 두 방식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길에서는 택시를 탄 후에 행선지를 알리면 되지만, 앱을 이용할 때는 목적지를 먼저 입력해야 한다. 만약 길에서 택시 기사가 행선지를 먼저 묻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냥 가버리면 승차 거부가 된다. 승차 거부는 세 번만 위반하면 택시 운전 자격까지 취소당하는 범법 행위다.

▷카카오T가 손님 행선지를 미리 알려주니 가까운 거리에는 택시가 잘 오지 않는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고는 카카오T는 스마트 호출로 돈을 버는 셈이다. 장거리 손님 행선지를 특정 기사들에게 먼저 알려주는 것은 손님 골라 태우기를 조장하는 행위인데, 이걸로도 돈을 번다. 원칙에 맞춰 손님의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가까운 택시를 무조건 배차하면 손님이나 기사 모두 웃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드는 것은 택시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만 표시하는 것이다. 앱으로 택시를 잡는다고 승차 거부의 빌미를 제공할 행선지까지 밝힐 이유는 없다. 규제 당국은 카카오T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요금을 올렸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카카오T가 승차 거부를 조장하며 사업을 영위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밝혀내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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