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논란의 도쿄 올림픽 개막… 선수단은 신경전 도구가 아니다

이원홍 전문기자 입력 2021-07-20 03:00수정 2021-07-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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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이 19일 인천공항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상황에도 대처해야 한다. 인천=뉴시스
이원홍 전문기자
우리는 기이하고도 모순된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은 여러 점에서 충돌을 낳고 있다. 축제이되 축복받지 못하며, 화합의 장이되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운 신경전의 무대이며, 인류의 강건함을 추구하되 오히려 참가자들이 질병에 쓰러질 것을 두려워하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이다.

많은 이들의 염려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의 모습은 이제 올림픽이 인류 평화와 화합이라는 본래의 의도보다는 올림픽 개최를 통한 정치 경제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하나의 사업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더 강하게 갖게 해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는 관중조차 부르지 못해 무관중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라고 하지만 마음껏 올림픽에 참가하고 즐길 수 없는, 축복받지 못하는 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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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참가국을 배려하는 일본과 IOC의 진정성이 느껴졌다면 우리는 어렵게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이 추구하는 화합의 정신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올림픽 사이트 내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방사능 오염 논란이 불거진 후쿠시마 식재료를 전 세계에서 온 선수단에 출처도 밝히지 않고 먹이려 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도시락을 배포하는 것조차 트집을 잡고 있다. 만일 일본이 그토록 자신 있다면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출처를 모두 명시하고 선수촌 식당에서 선수들 스스로 그 음식을 선택하도록 하라. 논란이 가라앉지 않은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스스로 선택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출처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세계에서 온 선수들에게 그 음식을 먹게 한 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조차 후쿠시마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홍보 재료로 삼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해서 후쿠시마 지역의 식재료가 안전하다는 식의 메시지를 국내외에 알리고 후쿠시마 지역의 민심을 달래 보려는 일본 내부의 정치에 올림픽 선수단 전체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독도와 욱일기 문제 등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일본 측의 입장만 되풀이해온 IOC에 대해서도 우리는 여러 차례 실망을 느꼈다.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도 지키지 않는 듯한 IOC는 올림픽 개최에만 급급해 개최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올림픽에 참가한다. 한때 정치권에서 올림픽 보이콧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본격적으로 확산되지 않은 데에는 진통을 겪고 있는 한일관계의 악화에 대한 우려, 올림픽을 통한 한일 간 대화의 계기 마련 등 다양하고 복잡한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수들이 평생을 일궈온 꿈을 펼칠 기회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했다.

정치적 이슈들을 해결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최선의 환경 속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올림픽 개최 이전에 많은 문제들이 해결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우리의 정치적 역량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이 문제들을 촉발시킨 것은 우리 선수들이 아니다. 이 문제를 일으켜 올림픽을 정치 이슈화한 것은 일본이고 이의 중재에 소홀한 IOC의 책임도 크다.

여기서 염려되는 것은 우리 선수단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일 간의 긴장관계 속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을 향해 쏟아지는 일본의 반한 감정 및 각종 압박이 염려스럽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반일 감정 또한 선수들에게는 무시 못할 심리적 압박감을 줄 것이다.

정식으로 수렴된 국론이나 법을 어기면서 참가한 것이 아닌 우리 선수들에게는 죄가 없다. 선수들이 한일 양국 신경전의 대상이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복잡한 분위기 속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에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내고 정정당당하자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개인으로서 최선의 성취를 이룰 기회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이 논란 많은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진정한 스포츠맨십으로 도덕적 우위에 서는 길이기도 하다. 또 일본과 IOC에는 지금부터라도 배려와 공정의 모습으로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진정 올림픽을 살리는 길이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도쿄 올림픽#개막#신경전 도구#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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