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칼럼]이준석 윤석열 이재명으로 분출한 民心의 마그마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21-06-14 03:00수정 2021-06-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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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현상, 바꾸라는 민심의 분출
윤석열도 민심이 띄운 배 올라탄 것
이재명 지지에도 ‘NO 文시즌2’ 심리
내년 킹메이커는 행동하는 국민
김종인류 ‘올드 메이커’ 시대 갔다
박제균 논설주간
자, 이제 우리는 모두 안다. 한국사회의 지반(地盤) 아래 뭔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걸. 지난 주말 헌정사 첫 30대 제1야당 대표의 탄생은 한 개의 분화구로 그 마그마가 분출한 것이다. ‘더는 안 된다, 이젠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마그마가.

바꾸라는 민심은 정권교체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꼭 정권교체에 국한해서 볼 필요는 없다. 국민들은 여(與)든 야(野)든, 우파든 좌파든 정권을 잡기만 하면 지들끼리 다 해먹는 데 넌더리 났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정치의 토양을 밑바닥부터 갈아엎어야 한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윤석열 이재명 이준석 등 여의도 경험 없는 ‘0선’들이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그런 민의(民意)를 웅변한다.

물론 민심의 마그마가 끓어 폭발 직전에 이른 것은 팔 할이 문재인 정권 탓이다. 아니, 이로써 한국정치가 확 바뀐다면 문 정권 덕이라고 해야 하나. 이 정권은 국정(國政)과 권력을 사유화한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촛불 민심을 업고 집권했다. 그래놓고 국정과 권력을 넘어 역사와 법치, 공정과 정의마저 사유화하려 했다. 보수 정권보다 더 위선적이고, 훨씬 무능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내로남불이었다.

무엇보다 이 정권은 국가의 존재 이유마저 부정하려 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존재 이유는 부국강병과 국민 보호에 있다. 즉 국방력을 키워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며 잘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은 북한이란 망집(妄執)에 빠져 안보의 근간을 흔들고, 자국민보다 김정은 일파의 안위를 더 걱정했으며, 국민도 함께 못살면 괜찮다는 식의 정책을 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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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박 전 대통령에게 실망한 사람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줬다. 그 절망이 이제 더는 기득권 정치를 믿을 수 없다는 각성으로, 낡아빠진 정치를 바꾸려면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윤석열 이준석 현상은 그런 민심의 마그마가 분출된 것이다.

그러니 윤석열 이준석은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무슨 불세출(不世出)의 지도자라서 그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니다. ‘한 번도 경험 못한 폭정’ ‘자기들끼리 나눠먹는 낡은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민심의 강물이 띄운 배에 때마침 올라탄 것이다. 두 사람이 그런 거대한 변화를 끌어가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강물은 얼마든지 배를 뒤집고 다른 이를 배에 태울 수도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인기가 친문의 기대와 달리 사그라지지 않는 데서도 비슷한 민심의 코드는 읽힌다. 정권을 ‘저쪽’으로 넘겨줄 순 없지만 ‘문재인 시즌2’는 안 된다는 민심 말이다. ‘나를 밟고 가라’는 조국의 말을 믿고 진짜 밟았다가는 되레 내가 밟히는, 위선의 조국이 어느새 금기가 돼버린 문재인 나라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라더니, 대놓고 ‘내 편이 먼저’를 챙긴 대통령. 그리하여 이 정권 4년여 동안 ‘친문 귀족’과 ‘운동권 부자’를 양산한 그들만의 공정(公正)을 끝내 달라는 생각이 이재명 지지 심리에도 담겨 있다.

결국 여든, 야든 이번 대선의 킹메이커는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작정한 국민이 될 것이다. 그러니 김종인류의 올드한 킹메이커의 시대는 갔다. 정치 상황을 읽어내고 단순화해서 풀어내는 김종인의 능력은 인정한다. 그래도 자신이 사실상 대표로 몸담았던 당을 떠나자마자 욕하고, 안철수는 자신에게 밉보였다고, 윤석열은 자신을 불러주지 않았다고 험구(險口)를 퍼붓는 모습은 어른답지 못하다. 세상은 세대교체를 넘어 정치까지 교체해 달라는데, 아직도 전통적인 킹메이커십에 빠져 정치가, 선거가 ‘내 손안에 있소이다’는 식의 구태는 피로감을 준다.

김종인은 “(공정은) 시대정신으로 꺼내들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동의한다. 한국쯤 되는 선진국권(圈)의 어떤 나라가 공정을 시대의 가치로 내세우겠나. 그런데 문 정권 4년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공정은 한 사회가 딛고 있는 땅과 같아서 이게 흔들리면 발을 앞으로, 미래로 내딛기가 어렵다. 그런 세상에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2030 청년들이, 내 자식들은 그런 세상에 살아선 안 된다는 부모들의 마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런 마음을 가득 실은 변화의 열차가 내년 3월 9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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