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이정은]주한 미국대사 후보 찾기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21-06-07 03:00수정 2021-06-0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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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윤곽 안 나오는 美 대사 인선
한미관계 시금석 될 적임자 보내야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주일 미국대사 후보 이름이 나오기 시작한 건 벌써 두 달쯤 전이었다. 한 일본 특파원이 닉 번스라는 이름을 이야기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빌 번스와 헷갈린 기자가 “이미 정보기관의 수장이 된 사람이 왜 일본 대사를 가겠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한 달쯤 뒤 이번엔 또 다른 일본 특파원이 람 이매뉴얼이 강력한 후보라고 알려줬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주일 미국대사에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 번스 전 국무부 차관은 주중대사로 유력하다는 외신 기사가 나온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최근에는 주호주 미국대사로 캐럴라인 케네디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로 주일대사를 지낸 셀럽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쟁국 혹은 동맹국 대사로 민주당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거나 명망가 집안 출신인 거물들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웃나라 대사 후보들이 거명될 때마다 주한 미국대사로는 누가 올지를 묻고 다녔지만 귀에 들어오는 이름이 없었다. 왜 한국에 대해서만 유독 이렇게 조용한지 물을 때면 국무부 관계자들은 “최고의 적임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원칙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한국을 후순위로 미뤄놓거나 비중이 떨어지는 국가로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됐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북한 문제를 비롯해 까다로운 현안을 많이 다뤄야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르다”는 설명을 내놨다. 상징성이 강한 정치인보다는 실무에 능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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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뿐 아니라 툭하면 삐거덕거리는 한일관계, 한미동맹 등 민감한 외교 현안이 유독 많은 나라가 한국이긴 하다. 국민감정이나 여론도 간단치 않은 변수. 콧수염 논란으로 근거 없는 비판에 시달렸던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의 전례를 워싱턴은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지한파인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한국계 첫 미국 여성 대사인 유리 김 주알바니아 대사 등의 후보가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누가 임명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사를 지명하는 순위나 시기가 꼭 국가의 중요도나 우선순위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2019년 빌 해거티 당시 주일대사가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하며 사임한 뒤 무려 2년 가까이 공석이다.

대사의 역할이 위축됐던 시기도 있긴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 결정 과정과 백악관의 폐쇄적인 논의 구조, 정보 독점 등으로 현지 대사들이 부임지 활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시기에도 대사들의 네트워킹과 외교 활동의 중요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관방장관 시절 해거티 의원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거티 의원은 상원의원이 된 이후 현재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일본 관련 사안들은 각별히 챙기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새로 임명될 주한 미국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국이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고 표현하는 동맹국에 부임하는 양국 간의 연결고리이자 핵심 메신저다. 한미 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인선 결과를 숨죽여 기다리는 이유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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