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미지]불가리스 앞에 줄선 사람들, 방역 불안에 인포데믹 번진다

이미지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21-04-29 03:00수정 2021-04-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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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출시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는 마시는 발효유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그런데 최근 불가리스가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13일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이 학술적인 연구 발표를 가장해 불가리스가 마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했다는 이유다.

기자가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를 직접 받아서 확인해 봤다. 충남대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은 간단했다. 코로나19 원인 바이러스 배양액을 불가리스와 섞은 뒤 동물 폐 세포에 주입했다. 그랬더니 일반적인 경우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77.8% 적게 배양됐다는 게 전부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문제는 남양유업이 이 실험을 토대로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바이러스(예방)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곧장 ‘불가리스, 코로나 특효약’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온라인 기사가 쏟아졌다. 실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미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는 불가리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을 섰다.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온라인에서는 ‘없는 백신 대신 불가리스를 맞자’는 우스개까지 퍼졌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남양유업을 과장광고에 따른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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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은 앞서 여러 차례 있었다. 고춧대차(茶)와 생강차, 녹차, 홍삼, 유산균 같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많다. 한때 말라리아 약(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자 일부 시민이 해외 직구(직접 구입)까지 시도해 정부가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코로나19를 경험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이런 해프닝이 계속 나온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보가 감염병처럼 퍼지는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인포데믹은 사람들의 불안과 불신을 먹고 자란다. 정부의 방역이 여전히 국민들에게 완전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극복의 희망이 돼야 할 백신 접종마저도 불신과 수급 불안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접종을 시작한 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의 접종 예약·동의율은 앞선 접종자들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확산, 불안한 백신 접종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또 제2의 불가리스를 사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보며 느끼는 바가 있기를 바란다. 인포데믹에는 처방할 백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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