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소스, 딱 그만큼의 모험과 자극[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입력 2021-04-27 03:00수정 2021-04-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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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지난 주말에 세 명이 동시에 주문했는데도 로제 떡볶이를 못 먹었어요.” 20대 후반 동료가 월요일 출근 시간에 말했다. 요즘 인기인 로제 떡볶이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피크 타임에 매장들이 소화를 못 할 만큼 주문량이 많다. ‘로제’는 토마토와 크림을 섞어 만든 파스타 소스의 한 종류다. 하지만 로제 떡볶이의 소스는 토마토 대신 고추장을 쓴다. 그래서 ‘K로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K로제의 시작은 13년 전이다. 시조는 시대를 풍미했던 프리미엄 분식집 스쿨푸드의 ‘매까떡’, 매운 까르보나라 떡볶이다. 매까떡은 떡볶이에 파스타의 요소를 붙였다. 마늘과 버섯으로 파스타풍 풍미를 더하려 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위해 파스타 면까지 넣었다.

2020년부터 파스타풍 떡볶이가 이탈리안 파스타의 맛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고추장 맛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로제 떡볶이의 맛은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MSG가 들어간 매운 찌개나 라면의 그 맛과 비슷하다. 크림소스의 맛은 ‘크림이 있구나’ 싶을 만큼만 느껴질 뿐, 고추장 맛이 나머지 맛을 압도한다.

익숙하되 아주 조금 다른 매운맛. 나는 이것이 로제 떡볶이의 인기 비결이라 생각한다. K로제 전 2030세대에게 인기 있던 맛은 ‘마라’였다. 이 세대가 자극적인 맛을 원했다는 뜻이다. 마라 맛은 호불호가 갈린다. 특유의 이국적 향 때문에 아예 못 먹는 사람도 많았다. 반면 로제 떡볶이의 자극적인 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고추장에서 오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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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잘 나온다는 점도 로제 떡볶이의 결정적인 장점이다. 찍어보면 안다. 특유의 분홍색, 특유의 진한 점도, 기나긴 내용물. 인스타그램 최적화의 요소들이다. 쭉 늘어나는 치즈처럼 진하고 끈적한 로제 소스는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돈다. 로제 떡볶이는 일반 떡볶이 떡 대신 국수처럼 길고 얇은 ‘누들 밀떡’을 쓰는 경우가 많다. 곁들이는 중국 당면과 함께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기 좋다. 실제로 로제 떡볶이 콘텐츠는 SNS 반응이 굉장히 좋다. 성과가 숫자로 증명되니 담당자들이 마케팅 게시물을 올리고, 그만큼 로제 떡볶이의 인기도 높아진다.

이 원고를 쓰기 위해 대표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로제 떡볶이’ 네 종류를 먹어보았다. 혼자서도 먹고 친구나 또래 동료들과 먹기도 했다. 시키면서 즐거운 고민도 했다. 매운맛은 조절이 가능하고 토핑 종류도 많게는 25가지나 되기 때문이었다. 그중 몇 개를 골라 주문하면 깔끔한 패키지에 담긴 로제 떡볶이가 문 앞까지 도착한다.

요즘 2030세대가 원하는 것은 로제 떡볶이 정도의 모험과 자극인가 싶다. 로제 떡볶이의 맛은 새로운 듯하나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이다. 매운 정도와 토핑에 따라 수많은 선택이 가능하나 그 선택지 사이의 편차는 크지 않다. 옵션과 자극은 있지만 모두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불안정한 시대, 2030세대는 위험 부담이 큰 새로운 모험이 아닌, 모험의 모양을 지닌 예쁘고 안전한 체험을 원하게 된 것이 아닐까. 로제 떡볶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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