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은우]인기 없는 매입임대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4-26 03:00수정 2021-04-2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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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인천 아파트 값이 전주보다 0.51% 올랐다. 전국 시도 가운데 최고 상승률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이 서울 강남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교통 여건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싼 집을 찾아 서울에서 이동한 청년층이 많았기 때문이다. 경기 시흥, 안산에도 서울에서 빠져나간 이들이 몰린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서울 시내엔 4700여 채의 매입임대주택이 빈집으로 남아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저소득층에게 빌려주기 위해 기존 다세대, 연립주택이나 원룸을 사들인 집들이다. 취지야 좋지만 낡고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아 청년층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SH가 보유한 매입임대 1만9500여 채 중 24%가 빈 채로 남아 있었고, 2017∼2019년 사들인 6000채 중 19.5%엔 한 번도 입주자가 들어간 적이 없다.

▷반면 SH가 올해 초 저소득층을 위해 새로 지어 내놓은 임대주택 ‘서울리츠 행복주택’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86 대 1로 인기가 높았다. 15채가 공급된 은평구 ‘녹번e편한세상캐슬 39m² 청년형’에는 2652명이 몰렸다. 저렴한 임차료를 내고 서울 시내에 살고 싶은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임기 내 공공임대 40만 가구’ 목표 달성을 서두르자 SH가 수요자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지만 안전진단이나 보수공사 없이 입주민들이 살고 있는 노후 임대주택도 있었다. 감사원은 최근 이런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SH와 국토교통부에 문책과 주의,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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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수천억 원 들여 사들인 집들을 폐가로 놔둘 순 없다. SH는 일부 빈집과 주변의 주택을 헐어 4∼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새로 짓는 ‘빈집 활용 민관결합형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집을 헐어 생긴 땅에 동네 정원, 주차장, 텃밭을 조성하기도 한다.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이 주거환경 정비사업으로 바뀌는 셈이다. 이렇게라도 빈집을 활용하는 게 방치하는 것보다는 낫다.

▷한국의 주택 보급률은 2019년 말 기준 104.8%다. 서울을 빼고는 주요 대도시 모두 100%를 넘는다. 단순 계산으로는 집이 남아돌아야 한다. 그런데도 집값이 폭등하는 건 수요자가 원하는 집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설과 주거 여건이 좋지 않은 집은 아무리 싸게 임대해도 외면당한다. 반면 인기 지역 공급을 규제로 막아놓으면 비싼 집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무시한 주택정책은 이렇게 성공하기 어렵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매입임대#빈집#주택 보급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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