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규섭]다가오는 대선, 여론조사 체계 재검토할 기회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21-03-23 03:00수정 2021-03-2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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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방법 따라 달라지는 결과 차이
ARS 안정성 있지만 정치상황 영향 커
대선 대비 조사 방법 논의 필요한 때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난 몇 주간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룰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다. 가장 큰 쟁점은 유선전화의 포함 여부였다. 유선전화 포함 시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유권자들의 참여가 늘어나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란 시각 때문이었다. 정치권도 룰에 따라 여론조사가 다른 결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반의 ‘룰’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는 여론을 측정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 2주차, 특이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리얼미터의 주간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37.9%에서 43.0%로 5.1%포인트 급상승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리얼미터 조사에서 주간 평균 변화폭이 1.8%포인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지지율을 견인할 만한 특별한 사안이 없으면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역시 매주 지지율 조사를 수행하는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같은 주 문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이 38%에서 37%로 1%포인트 소폭 하락한 것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1월 2주차(5.1%포인트)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단 두 번뿐이었고 이때는 한국갤럽 조사도 모두 큰 상승폭을 보였다. 즉, 1월 2주차 리얼미터 결과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두 조사기관 간 괴리는 2019년 5월 2주차의 데자뷔였다. 당시에는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조사가 논란이 됐다. 당시 리얼리터 주중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가 무려 10%포인트 이상(리얼미터는 주간 조사에서는 8.7%포인트라는 입장)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오히려 1%포인트 줄어 두 조사기관 간 큰 괴리를 드러냈다. 이는 당시의 정치 상황과 자동응답방식(ARS)이라는 조사방법론적 특수성이 만들어낸 현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리얼미터는 주로 ARS, 한국갤럽 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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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두 시점의 공통점은 여권 지지층이 ‘위기’로 인식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금년 1월 1주차 리얼미터의 주중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5.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2019년 5월 1주차 이전에는 민주당-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낀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참여할 동기를 가질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는 현 여권 지지층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문제는 ARS와 같이 응답률이 낮은 조사는 특히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ARS의 장점도 있다. 특히 면접원과 직접 통화해야 할 필요가 없어 응답자에게 ‘압박’이 존재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숨는 현상’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가 있던 문 대통령 임기 초반이 여기에 해당한다. 필자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면접 조사의 지지율이 ARS보다 평균 약 6∼7%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두 방법론 간의 차이가 사라졌다. 반면 ARS의 안정성은 정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치명적 약점이 있어 보인다.

한국의 여론조사는 전반적으로 정치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필자 연구팀은 대통령 지지율에서 시간에 따른 여론조사 기관들의 고유한 ‘경향성(House Effect)’ 변화를 분석한 바 있다. 여기서 ‘경향성’이란 해당 조사기관이 평균적인 추세선보다 얼마나 대통령 지지율을 높게 또는 낮게 추정하는지를 말한다. 미국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는 조사기관들의 ‘경향성’ 변화폭이 평균 4.9%포인트 정도였으나 한국은 그 두 배가 넘는 10.6%포인트에 달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부 조사기관은 13%포인트에 가까운 변화폭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정치 환경이 바뀜에 따라 같은 조사기관이 내놓는 결과 값이 매우 큰 폭으로 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특정 여론조사 업체들에 대한 일방적 의혹 제기는 부당하다. 반면 여론조사 방법론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정치 조사에서 ARS 활용 재검토 논의도 필요하다.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위험성이 더 커 보인다. 대선이 본격화되기 전이어야 후보별 유불리를 떠나 객관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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