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경 예결소위, ‘선심성 퍼주기’ 과감히 털어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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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를 열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세부 심사를 어제부터 시작했다. 정부의 15조 원 추경안은 10개 상임위를 거치면서 순식간에 4조 원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가뜩이나 본예산 집행 이전에 추경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상임위 예비 심사 과정에서 선별지원 원칙에 어긋나게 증액된 예산항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농해수위가 농·어·임업 전체 가구에 100만 원씩을 지원하겠다며 1조2000억 원을 끼워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 없는데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추진 과정도 부실해서 우려를 더한다. 당초 정부안 15조 원 중에는 집합금지 대상이 아닌 일반 업종에 대한 지원액 2조9000억 원도 포함됐다. 그런데 정부는 이 금액을 지원할 업종이나 업체를 특정하지 않은 채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4월 초 국세청 납세 자료로 업종을 재선정해 집행할 예정”이라며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예결 소위는 개별 사업예산의 증액과 감액을 결정하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다. 예결 소위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예산이 예결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에서 걸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제 첫 예결 소위에서 야당은 일부 예산의 전액 삭감을 요구하며 여당과 대립했고, 오전 심사 안건들을 모두 보류시켰다. 비록 상임위 예비 심사 과정에서는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야당이지만, 예결 소위에서만큼은 국민의 세금이 흥청망청 쓰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혈세가 투입되는 추경에서 불필요한 낭비가 없도록 심사하는 것은 국회의 기본적인 책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증가 속도가 작년부터 빨라져 2024년이면 1348조 원에 달하게 된다. 국가가 빚의 굴레에 한번 빠지면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예결위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추경#예결소위#4차 재난지원금#국가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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