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 파악 시급한 세계 4위 섬 보유국[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8〉

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21-03-18 03:00수정 2021-03-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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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섬을 비우던 때가 있었다. 섬 거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쇄환정책(刷還政策)은 왜구의 침탈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고, 섬이 왜구의 근거지로 활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또 죄인이 섬으로 도망쳐 숨는 것을 방지하고, 조세 수취와 부역 동원의 편의를 위한 방편이었다. 섬은 방어와 중앙집권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섬을 비우던 정책은 고려 말에 시작해 1882년에 폐지됐다. 그렇다 해도 섬에 사람은 거주했다. 18세기 조선은 쇄환정책에서 진(鎭)을 설치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중국 어선과 해적선 침범이 빈발했고, 인구 증가와 상업의 번성으로 섬 이주와 개발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섬을 비워서 불안 요소를 없애겠다는 정책에서 진을 설치해 방어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섬을 비우는 정책은 오래전 없어졌지만, 유인도는 2006년에 492개에서 현재 466개로 줄었다. 주요 원인은 불편함이다. 학교나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여객선 운항이 안 되거나 횟수가 부족해 생활하기 어렵다. 작은 섬에는 식료품 공급조차 쉽지 않다. 어업에 종사하면서 작은 섬을 지키던 사람들, 선박 피항지, 물 공급처가 되던 섬의 역할이 축소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연평도에 10개월 상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할 때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설, 추석을 앞두고 노인들이 섬을 줄줄이 빠져나갔다. 면사무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연례행사처럼 항구에 모여 커피를 나눠주며 환송 인사를 했다. 비싼 여객선 비용으로 자녀가 입도하는 것보다는 노인들이 육지로 가는 것이 경제적이고, 기상 악화로 자녀들이 출근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부모의 마음이 만든 신풍속이다. 섬살이의 불편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유인도와 달리 무인도는 방목하던 흑염소가 야생화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 늘고 있다. 연평도 주민 몇몇은 봄에 잠깐 채취할 수 있는 해초인 세모가사리를 얻기 위해 구지도로 향했다. 한때 군 포격장으로 사용돼 섬 한가운데가 움푹 파여 한라산 백록담을 연상시키는 무인도다. 구지도에 가볼 유일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어선에 동승한 적이 있다. 섬 곳곳을 살피다가 10여 마리의 흑염소 떼와 마주쳤다. 작은 섬에 풀이 부족해 번식해도 새끼는 대부분 죽고 어미들만 살아남아서 매년 일정한 수를 유지한단다. 연평도의 또 다른 부속 섬인 당섬과 안목, 모이도 역시 흑염소가 차지하고 있다. 썰물에 세 개의 섬이 연결되는 틈을 타서 이 섬 저 섬을 옮겨 다니며 주인 행세를 한다. 섬에 풀이 돋아날 틈이 없다.

유인도와 달리 무인도는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그동안 섬 정책은 없다시피 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섬을 보유한 나라가 한국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다음이다. 위성사진과 지적도면 등으로 미등록된 무인도를 발견하고 있어 섬의 개수는 계속 늘고 있다. 비우던 섬에서 이제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올해 정부 출연기관으로 한국섬진흥원이 설립될 예정이다. 섬 정책을 총괄할 섬진흥원 유치를 위해 9개 자치단체가 뛰어들어 열기가 뜨겁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섬 정책 전환점을 마련하고, 소외됐던 섬 주민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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