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보고에도 빠진 ‘83만 채 공급 디테일’

동아일보 입력 2021-02-17 00:00수정 2021-02-17 00: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업무계획을 보고받으면서 “주택 공급의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채, 전국 83만6000채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2·4대책과 관련해 “공공주도 사업의 경우 7월 중 후보지 선정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어디에, 얼마나 주택을 공급할 것인지 세부 내용은 보고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택 공급 입지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원하는 지역에 주택이 얼마나 공급될지가 주된 관심사지만 자칫 공공 개발지로 선정될 곳에 집을 샀다가 입주권은 못 받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고가 아파트 살 능력은 안 돼도 늦기 전에 집 한 채는 장만해야겠다는 수요자들로 거래가 활발하던 다세대, 빌라 시장은 대책 발표 이후 ‘거래절벽’에 빠졌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가능성이 없는 신축 아파트 값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책의 시금석인 서울 용산 후암1구역 공공주택사업에서 재산권 침해 문제로 토지·건물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향후 공공주도 주택 공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변 장관은 며칠 전 방송에 출연해 “(전국) 택지개발지구 20곳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지방자치단체 협의 등으로 늦어지고 있다. 확정되는 대로 상반기 중 2, 3차례에 걸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택지개발지구만이 아니라 서울에 9만3000채를 공급한다는 공공주도 재건축·재개발지, 6만8000채를 짓는다는 역세권 등이 어딘지 국민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다급함에 쫓겨 가공(架空)의 숫자로 채워진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25년까지 주택을 짓겠다는 게 아니라 집 지을 택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란 해명에 실망한 무주택자들도 적지 않다. 주택 공급이 지연될수록 청약 대기자만 늘어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요기사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2·4대책의 약효는 급속히 떨어지고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한두 곳이라도 개발계획이 확정된 곳이 있다면 정부는 서둘러 공개해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공 주도의 한계가 드러나면 과감히 원칙을 수정해 민간의 조력을 받아서라도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주택#공급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