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오가는 미술관 사람 간 교감이 그립다[광화문에서/손효림]

손효림 문화부 차장 입력 2021-02-08 03:00수정 2021-02-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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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문화부 차장
아이가 그린 듯 삐뚤빼뚤한 자동차들과 함께 비명처럼 쏟아지는 대문자 ‘A’, 소의 목줄을 잡고 있는 깡마른 이의 해골 같은 얼굴, 샛노란 바탕 위에 얼굴과 팔 다리 없이 몸통만 그리고 쓴 ‘VENUS(비너스)’….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장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에서 만난 작품들이다.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하면서도 상처와 아픔이 엿보이는 작품들은 신선했다. 28세에 요절한 유명 미국 작가 바스키아(1960∼1988)의 작품 150여 점을 모은 이 전시회는 7일 폐막할 예정이었지만 20일까지로 연장됐다. 지난해 10월 8일 개막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최근 관람객 1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이번 전시 작품들의 보험가액이 1조 원에 달하는 점도 화제가 됐다.

지난달까지는 평일에 전시 해설을 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한 도슨트는 쉽고 깔끔한 설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자는 전시를 볼 때 가급적 도슨트 프로그램 시간에 맞추려고 하지만 아쉽게도 바스키아전은 이를 놓쳤다. 오디오 가이드도 내용이 잘 정리돼 있었지만 궁금한 걸 물어볼 수는 없었다.

도슨트는 전시 정보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재미와 인간미를 더해 관람을 풍성하게 만든다. 도슨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오디오 가이드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와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를 얘기해주는 경우가 많다. 관람객이 질문도 할 수 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다른 이가 물어보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전시가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어린이들은 기기보다는 눈앞에 있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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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전시에서는 도슨트가 “이 작품은 퐁피두센터가 이번을 끝으로 외부 대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답니다. 퐁피두센터를 가지 않는 한 다시 보기는 어려우니 충분히 감상하세요”라고 알려줘 한참을 더 들여다봤다. 또 다른 전시에서 빼어난 입담을 지닌 도슨트는 “강력한 경쟁자인 오디오 가이드를 뛰어넘기 위해 저만의 필살기를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해 관람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전시회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디오 가이드 내용이 작품 옆에 써 놓은 해설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경우 도슨트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달 막을 내린 한 전시가 그랬다. 너무 급하게 준비했기 때문일까.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게 별 의미가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전시장이 문을 열고 이를 감상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 간의 대화와 교감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걸 또 한번 실감했다. 이런 갈증은 전시뿐 아니라 수많은 분야에서 느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낯설면서도 정말 반가울 것 같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미술관#사람#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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