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대전[횡설수설/이은우]

이은우 논설위원 입력 2021-02-03 03:00수정 2021-02-0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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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더문(to the moon).’ 요즘 미국 온라인 주식토론방에서 유행하는 구호다. 게임스톱이라는 회사 주가가 계속 치솟아 달에 닿을 것이란 뜻이다. 지난해 봄 2.8달러이던 이 회사 주가는 최근 469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1월 중순부터 벌어진 공매도 전쟁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내린다’에 걸었고 개인은 ‘오른다’에 ‘올인’했다. 주가가 오르면 헤지펀드가 죽고, 떨어지면 개인이 치명적 내상을 입는다. 참전한 개인이 살 길은 똘똘 뭉쳐 주가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맨해튼 주코티파크에는 헤지펀드 공매도에 분노한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구호는 ‘Reoccupy Wall Street(월가를 다시 점령하라)’였다. 주코티파크는 2011년 벌어진 월가 점령 시위 장소다. 당시 구호는 ‘We are 99%(우리가 99%)’. 소수의 탐욕스러운 거대 자본에 늘 당했다고 생각하는 개인들이 10년 전에는 노숙 농성에 그쳤다면, 이번엔 조직적으로 뭉쳐 공매도 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일부 한국 개인투자자도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3월 만료인)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지 않으면 단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기관투자자가 공매도를 시도하면 해당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려 ‘한국판 게임스톱’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미국 헤지펀드들은 1월 한 달 동안 개인과 벌인 공매도 공방에서 약 22조 원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공매도를 둘러싼 홍보전도 뜨겁다. 한투연은 2월 1일부터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라는 문구를 단 버스를 운행 중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뉴욕과 오클라호마시티 등에서 헤지펀드에 대항해 게임스톱 주식을 계속 사들이자는 내용의 전광판 광고를 했다. 두 나라 정치인들은 대체로 개인투자자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백악관은 ‘예의 주시’라는 중립 입장이고, 미국 검찰과 증권거래소는 겉으론 중립이지만 개인투자자의 주가 조작도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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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연장 쪽으로 기운 듯하다. 금지 만료 시한인 3월 15일에서 3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연장하더라도 3개월 시간을 벌었을 뿐 공매도 공방은 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증시는 제 기능을 잃고 선의의 피해자만 양산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다. 개인의 공매도 참여를 확대하든 공매도 종목을 제한하든, 끊임없이 제도를 개선해 시장 참여자가 분노할 여지를 줄이는 길밖에 없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
#투더문#공매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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