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업종은 마스크 쓰고 인원 규제… 9시 영업제한 근거 뭐냐”[논설위원 현장 칼럼]

양종구 논설위원 입력 2021-02-03 03:00수정 2021-02-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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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 방역수칙 반발 확산
한 헬스클럽 트레이너가 지난달 8일 인천시청 앞에서 역기를 들어올리는 퍼포먼스를 하며 실내체육시설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뉴스1
양종구 논설위원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KFMA)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19개 중소상인·실내체육시설 단체들은 2일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서울 앞에서 ‘영업시간’ 확대 등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곳은 이날 보건복지부 주최로 거리 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리는 곳인데 자영업자들은 초청받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2주 연장 조치(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를 하면서 다시 한번 자영업자들이 분개하고 있다. 정부가 일주일 뒤 상황을 보고 방역조치 조정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여러 협회, 단체 등과 만나 방역수칙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소통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라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수도권에 2단계, 12월 8일부터 2.5단계, 12월 18일부터 2.5단계+α, 그리고 이후 2주씩 거리 두기를 연장하면서 조금씩 방역수칙에 변화를 줬다. 그때그때 과학적 기준에 근거하지 않고 특정 단체가 요구하면 들어주는 식으로 방역수칙을 바꾸면서 반발도 심했다. 자영업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방역수칙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방역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역당국으로서는 중구난방 현장의 목소리를 다 반영할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들어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방역수칙을 세웠더라면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자영업자들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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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이번에 거리 두기를 연장하며 모든 업종에 오후 9시 영업제한을 유지하되 스키 등 겨울스포츠 시설은 오후 9시 이후에도 허용해 또 논란이 됐다. 서울 강남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손공순 대표(61)는 “실내체육시설에 음식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더니 이젠 스키 등 겨울스포츠만 허용하는 이유가 뭐냐”며 의아해했다. 손 대표는 “음식점의 경우 술을 마시다 보면 방역수칙을 어길 수 있으니 오후 9시로 영업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헬스클럽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9시 제한 때문에 오히려 빨리 운동하고 가려고 회원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라리 시간제한이 없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회원들이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와서 운동하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분산 효과가 더 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키 등 겨울스포츠 9시 이후 영업 허용에 대해 “벌써 해야 했다. 우리는 왜 안 해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오후 9시 영업제한에 대해선 발레 태권도 학원과 필라테스 등 다른 실내 업종 관계자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경기 화성시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신모 원장(40)은 “9명 이하로 인원수도 제한했고 마스크도 쓰고 교육하는데 왜 음식점과 똑같이 9시로 제한하는지 모르겠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킨다면 9시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오후 9시 운영 제한의 가장 큰 이유로 특정 시간의 측면보다 가급적 개인 간 접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오후 9시까지는 저녁식사 등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시간이며 그 이후로는 2차, 3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오후 9시는 통상 술자리 등의 사적 모임이 활성화되는 시간대로 술을 마시는 경우 마스크 착용률이 95%에서 45%로 떨어진다는 통계를 대며 9시 영업 제한이 코로나19 확산세를 꺾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다. 실내체육 관계자들이 억울해하는 부분이다.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음식점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고 1명당 8m²로 규정했으면 그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되는데 영업시간 제한은 이중 규제라는 항변이다.

“목소리 크면 우리도 허용?”


지난달 28일 당구장과 독서실, 호프, 스크린골프, 카페, 코인노래연습장 등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1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노래방과 실내체육시설 등에 내려졌던 영업금지 조치는 해제됐지만 또다시 거리로 나온 이유는 현장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날 자영업자들은 “업종별 특성에 맞는 방역과 개인별 방역수칙을 강화하고 최소한 0시까지는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 업종별 방안 마련과 관련해 중소 상인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방역당국은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에 번번이 행정조치를 완화했다. 학원,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PC방, 실내스탠딩공연장…. 줄줄이 해제해주면서 떼를 쓰면 허용해준다는 의미의 ‘떼법’이라는 비난도 받았다.

“희생만 강요하고 보상은 너무 적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강화된 조치에 따라 피해를 본 업주들에게 200만∼300만 원씩 보상해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금까지 입은 손해에 비해 턱도 없는 수준이란 반응이다. 수도권에서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하려면 시설 투자비 등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의 자금이 들어가고 매달 임차료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들어간다. 서울 강남이라면 한 달 임차료만 3000만∼4000만 원에 이른다. 학원도 마찬가지다. 서울 외 지역도 중심가라면 임차료만 월 200만 원이 넘는다. 헬스클럽의 경우 관장 1명이 일정 금액의 회비를 받고 시설을 운영하던 과거 방식과 달라졌다. 지금은 대개 회비를 낮춘 대신 5∼10명의 트레이너가 회원들 PT(Personal Training)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헬스클럽 하나가 문을 닫으면 관장은 물론 트레이너들까지 일자리를 잃는다. 헬스트레이너들은 야간 택배 알바는 물론 건설현장 막노동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등 음식점도 심각하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반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코로나가 없었다면 줄서서 먹는 곳이었는데 세 테이블 정도에만 손님이 있었다. 오후 7시 이후엔 아예 손님이 사라졌다. 식당 주인 이모 씨(76)는 “거리 두기 강화 이후 손님이 확 줄었다. 직원도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그것도 시간제로 바꿨다. 그래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임차료도 몇 달째 밀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에서 하라고 해서 따르기는 하는데 이러다 식당을 접기 전에 빚더미에 앉을 것 같다”고 했다. 종로3가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식당이 다 힘들다. 아직은 매물로 내놓지 않고 버티고는 있는데 조만간 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종로3가에서 작은 식당의 경우 임차료가 월 150만∼200만 원, 좀 크면 300만∼400만 원인데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흥음식점은 아예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세심한 방역수칙으로 피해 줄여야”


이번 거리 두기 연장 조치 발표에 앞서 생활방역위원회(생방위)는 오후 10시까지 영업시간 연장을 제안했지만 방역당국이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한 생방위 관계자는 “사실 중대본이 이번에 방역수칙을 완화하려고 했는데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해 못 한 것 같다. 그냥 거리 두기 유지만 하기 뭐하니 실내체육시설 샤워, 스키 등 겨울스포츠 오후 9시 이후 영업 등을 허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 상황을 분석한 결과 식당이 카페와 헬스장보다 4배나 위험하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식당은 제한적이나마 허용하고 헬스장은 사실상 금지했던 우리나라 방역조치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거리 두기 단계 조치와 집합금지 업종 설정은 정부가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취합해 결정한다. 감염병 전문가와 경제학자, 사회학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생방위가 전문가 집단이다. 중대본이 생방위 의견을 구하고 이를 참고해 방역 제한을 결정하는 구조다. 생방위 내에서도 “업종별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고 권유했지만 무시했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에 방역이 최우선이다. 현장에서는 희생을 감수하고 방역수칙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업종별로 좀 더 세심하게 방역수칙을 정하면 손해를 줄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방역수칙을 정하면 그만이지만 소상공인들은 그 수칙에 따라 생사가 엇갈리고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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