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경제 엄청 미달”… 核포기 없인 체제위기 키울 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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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노동당 8차 대회 개회사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사실상 총체적 경제실패를 자인했다. 김정은은 그 원인으로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최악 중 최악의 난국”을 들면서 “첩첩난관을 돌파하는 묘술은 바로 우리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내세운 자력갱생의 정면돌파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실패 인정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당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의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 열병식에선 “면목이 없다”며 글썽이는 ‘눈물 쇼’도 연출했다. 이후 북한은 대대적인 사업총화(결산)에 들어갔고,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운 경제개발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을 볼 때 뭔가 새로운 게 나올 것 같지 않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탓에 극도로 피폐해진 처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국경을 꽁꽁 막으며 자폐(自閉) 상태로 들어갔고 홍수 피해까지 3중고를 겪으면서 북한 경제는 회생 불능의 한계에 달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결국 남은 것은 ‘주체적 역량’을 내건 주민 노동력 착취밖에 없다. 이번 당 대회 직전까지 주민들은 ‘80일 전투’를 벌였고, 이젠 또 다른 ‘OOO일 전투’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 2016년 7차 당 대회를 전후해서도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가 있었다.

이른바 최고존엄의 자아비판이 주민들에겐 더욱 가혹한 채찍질로 돌아가는 게 북한 독재체제의 현실이다. 당 간부들은 줄줄이 내리먹이기식 할당량을 부과하고 한파 속에 대규모 노력동원 체제를 이어가며 주민 쥐어짜기에 나설 것이다. 이래선 위기 탈출은커녕 굶주림 속에 쌓여가는 내부 불만의 폭발을 막을 수 없다.

북한이 살아남는 길은 핵 질주를 멈추고 개혁개방으로 나서는 것뿐이다. 김정은은 어제 핵무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했지만 “조국의 운명을 세세연년 믿음직하게 수호할 강력한 담보를 마련했다”고 자랑했다.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선 또다시 무력시위를 위한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미국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있다. 핵으로 먹고살 수는 없다. ‘핵 보검’의 신화도 더는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는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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