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새치기, 감히 생각도 말길”[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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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의사들이 돈을 벌려고 코로나19 사망자를 부풀리고 있다”(왼쪽 사진)고 주장했던 조니 언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백신 접종을 마쳤다(오른쪽 사진). 데일리메일
올해 9월 “의사들이 돈을 벌려고 코로나19 사망자를 부풀리고 있다”(왼쪽 사진)고 주장했던 조니 언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백신 접종을 마쳤다(오른쪽 사진). 데일리메일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먼저 맞겠다고 줄을 서고 있습니다. 정치인의 우선 접종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죠.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니까요.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 특히 공화당 정치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무시 정책에 동조했던 전력이 있다는 겁니다.

△“Marco Rubio spoke at Trump Superspreaders last month. Yesterday he cut to front of the line to get vaccine.”

가장 먼저 접종을 받은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리며 “무서워서 주삿바늘을 못 쳐다보겠더라”고 엄살을 떱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지난달 ‘트럼프 슈퍼스프레더’에 연사로 등장하더니 어제는 백신 맨 앞줄”이라고 한방 먹입니다. 미국에선 방역수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행사들을 가리켜 ‘트럼프 슈퍼스프레더(슈퍼전파자)’라고 부르죠. 루비오 의원이 지난달 지지 연설을 했던 조지아 상원선거 유세도 그런 행사였습니다. 새치기는 ‘cut the line’, 가장 양심 없는 맨 앞줄 새치기는 ‘cut to front of the line’이라고 합니다.

△“Look at you, THIS IS HYPOCRISY IN ACTION.”

조니 언스트 상원의원(아이오와)은 몇 개월 전만 해도 “의사들이 돈벌이 하려고 코로나19 위험성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백신을 맞고 “의사 권고로 접종했어요”라는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의사는 거짓말쟁이’라더니 이제는 의사 권고로 접종?”이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당신 자신을 봐, 이게 바로 행동하는 위선 아니겠어”라는 소셜미디어 댓글이 올라왔네요.

△“Thank God they vaccinated the guy who’s been complicit in the President’s message that the virus will blow over.”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접종과 함께 엄지 척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기가 차다 못해 웃긴다’는 반응이 주류입니다. “아이고, 잘됐네요. ‘바이러스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는 대통령 메시지에 공모한 이 남자를 접종시켰네요.” ‘Blow over’는 ‘(전염병이나 자연재해가) 피해 없이 지나가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백신#새치기#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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