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시험 문제 해결 언제까지 미룰 건가[오늘과 내일/이성호]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입력 2020-12-02 03:00수정 2020-12-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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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정부 인턴 정원 배정 못해
3차 유행에 의료체계 마비 전 풀어야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잠복기에는 전염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한다.”

올 1월 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의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무증상 전파에 대한 설명이다. 당시만 해도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정 청장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전문가 생각이 비슷했다.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그래서다.

사정이 달라졌다. 여름이면 사라질 걸로 기대했던 코로나19는 삼복더위에도 기세등등했다. 우려했던 겨울철 유행은 현실이 됐다. 무증상 감염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게 분명해졌다. 지난달 2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괴물 같은 바이러스”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정 청장도 “정말 어려운 상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을 합치면 현재 방역당국은 ‘굉장히 불리한 여건에서 괴물 같은 상대’와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땐 똘똘 뭉쳐 싸워도 승산을 점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적전분열(敵前分裂)에 가깝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전공의(레지던트) 정원을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인턴 정원은 빠졌다.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탓이다. 3000명 넘게 나와야 할 인턴 자원이 400명 남짓으로 줄었으니 인원 배정이 불가능하다. 보통 서울의 대형병원 한 곳에만 매년 100∼200명의 인턴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전공의로 올라가는 인턴의 빈자리를 메울 수가 없다. 내년에 의료진 2700명가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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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고비를 운 좋게 넘겨도 끝난 게 아니다. 대부분의 인턴은 수도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방 대형병원의 피해가 뻔하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환자 치료도 차질이 우려된다. 지방의 거점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도권 병원이 안심할 일도 아니다.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턴 대신 레지던트와 교수가 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똑같은 의사니까 가능하다. 실제 지난 의료계 파업 때 그렇게 운영됐다. 그로 인해 중환자 수술과 외래진료가 미뤄져 환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틸 수 있지만, 1년을 그럴 순 없다.

병원마다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병원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한 대학병원의 교육수련 담당자는 “그냥 암흑 속에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내년도 수련 일정 논의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턴이 전공과를 선택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너도나도 인기 과목에 몰릴 가능성이 높고, 필수 분야 공백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소아과, 산부인과 등에서 최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무의촌 지역을 지켰던 공중보건의사 확보도 어려워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1년, 2년 후 벌어질 혼란이 눈에 선하다”며 “그때 가서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청신호가 켜졌지만 누구도 선뜻 종식을 언급하지 않는다. 의사 국시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장점이 확인된 건 부인할 수 없다. 의료계는 공공의료 정책 수립에 전향적 태도로 참여해야 한다. 정부도 의정 협상의 유리한 고지에 오를 지렛대로 이 문제를 여겨선 곤란하다. 지금은 말한 대로 괴물 같은 바이러스만 생각하고 판단할 때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의사#국가시험#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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