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국기 패션[간호섭의 패션 談談]〈46〉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입력 2020-11-21 03:00수정 2020-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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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비통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나라의 대표적 상징물은 국기입니다. 국기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색이나 동식물이 들어갑니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는 독립과 통합의 상징입니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 후 미국의 국기는 푸른색 바탕에 13개의 별들이 원을 이룬 것이었습니다. 당시 13개 주를 상징하던 13개의 별들은 13개의 붉은색 줄무늬로 바뀌었고 그 후 26번의 변경 과정을 거쳤습니다. 1959년 하와이가 50번째 주로 편입된 뒤 50개의 별들이 새겨진 국기가 오늘날 성조기의 모습입니다.

과거 조선에는 국기 대신 군주를 상징하는 어기가 있었습니다. 태극기는 어기의 태극팔괘도를 토대로 고종이 직접 참여해 제작됐습니다. 백성을 뜻하는 흰색, 관원을 뜻하는 푸른색과 임금을 뜻하는 붉은색을 화합시킨 동그라미를 넣어 정조의 군민일체 사상을 계승하였죠. 후에 이 동그라미는 반홍반청의 태극 무늬로 하고 그 둘레에 조선 8도를 뜻하는 팔괘를 배치해 나라의 통합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됐습니다.

국기가 들어간 패션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국기는 나라의 상징으로서 존엄성의 유지를 위하여 법률로 관련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것이 애비 호프먼(Abbie Hoffman) 사건입니다. 1968년 10월 정치가이자 사회 활동가인 호프먼은 미국 국기의 디자인을 닮은 셔츠를 입고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호프먼은 기소되었고 유죄 판결을 받자 “나라를 위해 입을 국기 패션의 셔츠가 한 벌밖에 없는 것이 후회될 뿐”이라며 항소했고, 수정헌법 제1조에 근거해 판결이 번복됐습니다. 이 사건 후, 어느 정파의 정치인이건 애국심의 대표적인 표현으로 국기 패션을 입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른 어떤 때보다도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끈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도 바이든 그리고 트럼프 두 후보의 패션은 단연 성조기 패션이었습니다. 모자, 넥타이뿐 아니라 선거 캠페인에 사용된 모든 홍보물에도 성조기의 국기 이미지가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정파를 떠나서 하나의 미국이라는 통합된 상징은 국기 패션으로 완성되었죠.

콧대 높기로 소문난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비통도 창립 164년 만에 처음으로 버질 아블로라는 흑인 디자이너를 총괄 디렉터로 선임했습니다. 올림픽이 인종과 국가를 넘어선 통합의 축제이듯이 아블로는 2019 가을겨울 남성컬렉션에서 가나 네덜란드 미국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고 한국까지 여러 나라의 국기를 유니폼이 아니라 상업적인 컬렉션에 활용해 세계가 하나라는 통합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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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역사적인 유래나 기원을 보더라도 국기의 가장 큰 상징은 통합이고 국기 패션은 그 통합을 이루어내는 가장 응집력 있는 도구일 듯합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일 수 있습니다. 성별 출신 인종 국가의 장벽이 의미가 없음을 실감하는 시기이기도 하죠. 국기와 국기 패션이 서로 다름을 구별 짓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된다는 의미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국기#국기패션#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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