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만 명 검사 뚝딱[횡설수설/김영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칭다오시에서 12일부터 사흘간 1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당국은 주민 1089만 명 모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16일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대도시 시민을 통째로 조사한 것은 우한(1100만 명), 다롄(600만 명)에 이어 세 번째다.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던 중국이 56일 만에 본토에서 감염자가 나오자 다시 비상 처방에 나섰고 전수검사 역시 전광석화처럼 끝냈다.

▷코로나19 검사 속도에서만큼은 중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는 8만5600여 명으로 미국의 100분의 1 수준인데 검사 인원은 미국보다 4000만 명 많은 1억6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의 초고속 대규모 검사 실적은 핵산 증폭 시 온도 변화를 주지 않는 등 중간 단계를 줄여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빠르면 1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는 ‘등온 증폭법’과 5명 단위로 검체를 묶어 검사한 뒤 양성 판정이 나오면 개별검사에 나서는 ‘취합검사’를 동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8월 16일부터 약 두 달간 본토에서 코로나19 발생이 없다고 자랑해 왔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이자 온상이던 중국의 주장에 국제사회는 반신반의했다. 실제로 9월 초 중국을 출발해 한국에 온 비행기 탑승객 가운데 한국인 2명과 외국인 3명이, 이달 초 중국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무줄 통계에 능한 중국 당국이 통계를 조작했거나 미처 파악하지 못한 감염자가 하필 한국에 입국하려다 확진을 받는, 확률상 거의 불가능한 극도의 우연 말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중국 코로나 제로’의 비밀은 중국식 확진자 분류법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나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과 달리 중국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도 열이 나지 않거나 기침 증상이 없는 무증상감염자를 확진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은폐를 시도하다 확산을 방치했고, 확진자 수가 급증할 때는 판정기준을 수시로 바꾼 중국의 대응은 일관성이나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한 주민들이 8월 마스크를 벗고 수영장 파티와 맥주 축제를 즐기는 모습에 지구촌 사람들은 고개를 저어야 했다.

▷한동안 이어진 ‘확진자 제로’를 토대로 중국은 경제회복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식당과 헬스클럽, 영화관이 북적거렸다. 이에 힘입어 올해 세계에서 유일한 플러스 경제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허술한 검사나 은폐가 자행된다면 모든 게 사상누각이 될 수 있고, 팬데믹 악화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
#중국#코로나19#검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