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내 나는 검찰개혁… 그렇게 장기집권하면 역사가 침 뱉을 것”[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8-11 03:00수정 2020-08-11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文 대선캠프 공익제보위원장 지낸 신평 변호사
신평 변호사는 1993년 법원 판사실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실을 폭로했다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2016년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에는 로스쿨 입시부정 의혹을 제기했다가 대학을 떠나야 했고, 진보 성향이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쓴소리를 계속해 왔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원체 그렇게 살아와서…”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경주=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이진구 논설위원
《최근 정부의 무리한 검찰개혁과 맞물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64·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추 장관을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unfit(부적합한)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라고 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깜’이 안 되는 사람이 장관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왜 그런 글을 올렸을까.》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 걸로 아는데….

“지금 벌어지는 검찰개혁이 너무 정도를 벗어났다고 생각돼서… 불편한 심정이 그 중앙점에 있는 사람을 향해 폭발한 것 같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추 장관이 사건을 편향되게 보고, 무모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먼저 검언유착으로 단정하고 (수사팀을) 숨 가쁘게 재촉하지 않았나.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지, 수사도 안 끝났는데 이미 판단이 서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더욱이 국가 사법질서의 한 축을 이끄는 법무부 장관이 그래서는 안 된다. 전례도 없는 일이다.” (unfit이란 말이 상당히 화제가 됐는데 일부러 쓴 건가.) “한글로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쓰면 뭔가 표현이 다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금의 검찰개혁은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고, 방향과 내용도 잘못됐다고 했다.

“우리 국민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7위로 꼴찌다. 국민이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검찰은 공정한 수사, 법원은 공정한 재판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법원의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지금까지 공정한 재판을 위해 뭘 하겠다고 한 게 없다. 사법의 독립, 재판의 독립만 말할 뿐이다. 법원이든 검찰이든 독립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기관의 독립성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공정한 결과를 위해서는 기관의 독립성도 중요하지 않나.) “물론 중요하다. 기관의 독립성은 공정한 수사·재판을 위한 한 축이다. 또 한 축은 책임성이다. 그런데 우리는 독립성은 많이 말하지만 책임성은 언급하지 않는다. 독립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필연적으로 부패로 연결된다.” (전관예우 등 끼리끼리 문화의 만연을 말하는 건가.) “전관예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고 고질적인 문제가 수두룩하다. 특히 검찰, 법원을 막론하고 ‘관선변호’의 문제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관선변호? 잘 못 들어본 용어인데….

주요기사
“국선변호인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검찰·법원 내부에서 사건 당사자를 위해 열심히 뛰어주는 상사나 선배를 부르는 은어다. 내가 그 문제를 제기한 게 1992년이다. 그 때문에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지만… 30년 가까이 됐는데 여전히 안 고쳐지고 만연돼 있다.” (어떤 식으로 하나.) “선배 판검사가 놀러온 것처럼 후배 방에 들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근데 이 판사, 뭐 그런 사건 맡았다며? 그런데… 원고가 상당히 억울한 것 같아. 기록 한번 잘 좀 봐줘요’ 이렇게 부탁하는 게 관선변호다. 내부 관계를 이용해서…. 검찰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1이라고 하면 검찰은 10이다. 그만큼 만연됐다. 관선변호 문제를 제기하면 조직 내에서 힘들어지니까 이 거대한 부정을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결국 수사·재판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책임성 강화를 위해 ‘법 왜곡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주 센 관선변호의 경우 아예 사건 배당 때부터 관여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수사, 재판을 잘못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 판검사를 처벌하자는 건가.

“표현은 거칠지만… 그런 의미다. 물론 판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판검사가 억울한 사람을 만드는 데 현저한 책임과 과실이 있었다는 게 재심에서 밝혀지면 처벌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춘재 대신 화성 연쇄살인범으로 몰린 윤모 씨는 20년간 옥살이를 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범인으로 몰린 최모 씨는 10년을 살았다. 경찰만 잘못하고 당시 판검사들은 아무 잘못이 없었을까.” (가재는 게 편인데, 검찰과 법원이 그들을 기소하고 처벌해줄까. 특별판사를 만들어야 하나.) “전례는 없지만 못 만들 것도 없다고 본다. 특검은 만들지 않았나. 법관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특별재판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오랜 세월 동안 모든 것을 잃은 사법 피해자들이 피를 토하며 하소연을 해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국민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사람들이 처음 듣는 말이라고 환호를 하더라.” (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건가.) “판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까…. 그 은밀한 거래를 밖에서 누가 알겠나.”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왜곡죄라는 이름으로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한다. 대통령의 힘을 강화시키는 검찰개혁도 있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 등 국가기관의 잘못이 있을 때는 민주적·시민적 통제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게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은 자신들이 하겠다며 검찰을 통제하고 있고, 더 나아가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검찰개혁은 정략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리고 공수처는 대통령의 가장 좋은 칼이 될 것이다.” (왜 이렇게 폭주하게 됐을까.) “모든 것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시작됐다. 권력의 행사는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촛불 시민혁명을 계승했다고 자처하는 정부가… 강골 검사 윤석열만 찍어내면 더 이상 터져 나올 내부 불만도 모두 잠재울 수 있다는 식으로 칼을 휘두르고, 자신들의 부패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게 진보세력이 장기 집권하면 역사가 침을 뱉을 것이다. 우리는 이걸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비판해야 한다.”

―당신은 공수처 찬성자로 알고 있는데….

“나는 공수처를 열렬히 지지해왔다. 법왜곡죄처럼 공수처가 있으면 판검사들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재판 과정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판사를 징계해달라고 진정을 넣으면 ‘귀하가 진정한 사안은 재판독립에 관한 사안이므로 응답하기가 적절치 않음’이라고 딱 한 줄 온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다.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면 이런 문제는 고칠 수 있다. 그런데….” (그런데?)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공수처라면 없는 게 낫다. 어쩌면… 권력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를 통해 다 통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처장 임명 방식을 바꾸면 보완이 될까.) “처장이야 나이도 지긋한 사람이 될 테니 그렇게 노골적으로 안 할 수도 있다. 더 두려운 것은… 중간간부, 수사관 등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같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들로 대거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누가 공수처 들어간다고 서초동에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들어가서 공을 세우려고 의욕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란 말이 나온다.

“왜 추 장관이 국회에서 윤 총장 아내·장모와 관련된 자료를 읽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켰겠나. 뻔히 사진 찍힐 줄 알면서. 보라고 한 거지. 공수처가 만들어진 뒤 ‘아내가 한 일을 남편이 모를 수 있느냐. 공모한 것 아니냐’며 소환하면 어떻게 되겠나. 계속 총장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아… 정말 그렇게까지 갈까.) “‘똘똘 말아 넣는다’는 말을 들어봤나. 수사기관이 없는 것도 갖다 붙여서 범인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한동훈 검사장 엮는 것 보지 않았나. 한 검사장은 간신히 벗어났지만… 사람을 억지로 죄인 만들고 형을 살게 하는 게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윤 총장 아내·장모와 관련된 자료를 보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노출됐다. 이미 오랫동안 숱한 의원들이 같은 일을 겪었기 때문에 찍힐 줄 몰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권고안을 냈다. 총장은 지휘관인데 지휘권을 뺏는 게 개혁안인가.

“그들이 원하는 건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 검찰의 무력화니까. 목표를 정해놓고 그냥 갖다 붙이는 거다. 윤 총장이 말 잘 듣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안 했겠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이었으면 되레 강화시켜 줬을 거다. 이해하려고 할 필요 없다. 애당초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2017년 대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했다. 유세차 타고 마이크도 잡았는데….

“난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정부라고 생각했다. 탄핵 정국에도 어느 정도 일조했고. 당시에는 촛불 시민혁명을 이어받은 지도자가 문 대통령이라고 확신했다.” (지금도 그런가.) “하… 실망스러운 점이 없지는 않지…. 특히 검찰개혁 분야는 완전히 패착이라고 본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신평 변호사#문재인 대통령#검찰개혁#공수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