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코로나[횡설수설/구자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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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닥 염기서열로 된 ‘RNA 유전자’ 바이러스는 증식 과정에서 수많은 변종이 빠른 주기로 나타난다. 설계도가 엉클어져 불량이 나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바이러스가 생존을 위해 발 빠르게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사스, 메르스,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에볼라, 스페인독감, 인플루엔자 등이 모두 RNA 바이러스인데 이들보다 빠르고 더 변칙적으로 변종을 만들어내는 게 바로 코로나19다.

▷요즘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처음 등장했던 코로나19와는 크게 다르다. 코로나19는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에 따라 크게 S, V, L, G, GR, GH형으로 분류된다. L은 우한에서 처음 등장한 원형이고 S, V는 약간 변이된 수준이다. G계열 세 유형은 중국에서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건너간 뒤 크게 변이된 것인데 70%가량이 GH형이다. 한국도 5월 초 이태원 클럽 이후 최근 광주와 대전의 집단감염까지 GH형이 주종을 이룬다.

▷중국 연구팀이 최근 완치자 41명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해 변종 코로나19에 투여한 결과 3명의 항체는 바이러스 무력화에 실패하고 한 항체의 대응력은 거의 ‘0’으로 나타났다. 완치자 혈청이 약발이 듣지 않을 정도로 변이가 이뤄진 이 바이러스가 바로 GH형이다. GH형은 세포 침투력이 2배 이상 높고, 전파력은 10배 이상 늘었다. 한국도 GH형이 많은 지역은 확진자 한 사람이 전파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재생산지수(R0)’가 전국 평균 1.06보다 월등히 높았다.

▷사람을 감염시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7종이지만 박쥐에는 5000여 종이 있다. 지금 나타나는 변이는 자가 복제 과정상의 오류에 의한 것이어서 변이 정도가 제한적이지만 코로나19가 다른 코로나와의 ‘재조합’까지 이뤄지면 완전히 다른 변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이혁민 연세대 의대 교수). 현재도 변종 코로나19는 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변이 전보다 4, 5배 많다. 공성전(攻城戰)에서 성에 걸치는 갈고리가 많고 끝이 뾰족해 침투가 쉬워진 격이다. 무증상 감염이라는 ‘스텔스 기능’에 이어 조준 사격할 ‘타깃’마저 수시로 변신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 고전이 불가피하다.

▷다만 희망적인 대목은 2, 3월 우한에서 국내에 들어온 S형이나 신천지 대구교회 등의 V형은 철저한 검사와 치료로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GH형에 이어 또 어떤 변종이 등장할지 모르지만 방역전쟁에서 끝내는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코로나19#변종#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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