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병’ 코로나[횡설수설/서영아]

서영아 논설위원 입력 2020-06-24 03:00수정 2020-06-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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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종식은 불가능한 목표다.” 21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섬뜩할 정도로 명쾌했다. 그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방역 목표는 코로나 종식이 아닌 인명 피해의 최소화”라고 잘라 말했다.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와 동거할 수밖에 없다는 건 어렴풋이나마 각오하고 있던 터였다.

▷문제는 백신이나 치료제에 대한 기대에도 불안감을 안겨주는 최신 연구 결과들이다. 최근 중국에서 재확산 중인 바이러스는 우한에서 시작된 1차 유행 바이러스의 변종(‘D614G’)으로 코로나 완치 환자도 면역이 안 되고 항체 치료와 백신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기 바이러스보다 침투 능력은 2.4배, 전염성은 10배 강해졌다. 우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백신 개발 경쟁은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류가 20세기 초에야 바이러스의 존재를 발견했을 정도로 바이러스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 많다. 1918∼19년 5000만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독감의 원흉이 조류인플루엔자A(H1N1) 바이러스였음은 2005년에야 밝혀졌다. 인류에게 치명적 상흔을 남긴 세균·바이러스들은 대부분 어느 지역의 풍토병이 다른 대륙으로 확산된 것들이다. 가령 콜레라는 인도 갠지스강 유역, 에볼라 출혈열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오랜 풍토병이었다.


▷코로나19도 감기나 인플루엔자(독감)처럼 계절성 풍토병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그러기엔 높은 치사율이 마음에 걸린다. 21일 현재 치사율은 한국 2.3%, 미국 5.3%지만 프랑스는 18.5%에 이른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30%지만 전염력이 코로나에 비교도 안 된다. 스페인독감 2.5%(2차 유행 시), 인플루엔자는 1% 미만이다. 사스와 스페인독감은 흔적을 감췄지만 인플루엔자는 변종이 많아 매년 새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풍토병으로 정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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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함께 사는 세상은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세계는 언택트와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가 조화된 ‘뉴 노멀(New Normal·과거와 다른 새로운 일상)’이 부상했고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빌 게이츠는 최근 팬데믹 극복의 힘을 인류의 ‘혁신 능력’에서 찾자고 했다. 다만 전염병이 몰고 온 ‘단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국경이 닫히고 교류가 줄며 사람 간 만남과 접촉이 회피되는 세상에서, 인류는 또 어떤 ‘즐거운 일’을 찾아낼까.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풍토병#코로나19#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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