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도 위기극복도 지금부터가 본 게임[광화문에서/유재동]

유재동 경제부 차장 입력 2020-05-06 03:00수정 2020-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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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경제부 차장
문재인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평소의 정책노선이나 국정철학은 상당히 다를지언정 지금까지 보여준 경제위기 대응 방식은 서로 유사한 점이 많다. 재정과 금리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충분히 동원해 경기를 살리는 것도 그렇고, 비상대책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면서 앞장서서 위기 대응을 지휘한 모습도 비슷하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중소기업 금융 지원 등 그동안 현실화된 정책 아이템도 실제 많은 부분이 일치하고 있다. 현 정부가 12년 전의 위기 대책을 상당 부분 참고한 흔적도 보인다.

기업 부도와 실업을 막기 위한 방안들도 마찬가지다. 가령 자금난에 처한 기업의 회사채를 대신 사주고 그런 금융기관에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2008년에도 했던 일들이다. 직원을 내보내지 않는 대가로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대책도 이번에 다시 등장했다. 곪은 상처를 한번에 도려내기보다는 “상황이 급하니 일단은 모두 살리고 보자”는 접근 방식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 구조조정보다는 고용 유지에 방점을 찍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가계와 기업의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은 경제 불안 심리를 줄여 위기 극복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쏟아붓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기지표를 떠받치는 데도 효과적이다. 이를 잘 활용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을 위기 극복의 모범 국가로 만들었다. 임기 중 145회의 비상경제회의를 열어가며 고강도 대책을 쏟아낸 결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례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그 위기 극복 매뉴얼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받은 현 정부도 코로나19의 방역 성과를 토대로 주요국 중 경제 타격을 가장 작게 입은 국가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자신감이 커진 문 대통령은 “K방역에 이어 K경제까지 위기 극복의 세계 표준이 되겠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을 살린다’, ‘일자리 하나라도 다 지킨다’는 지금의 대응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외적인 상황에 임시방편으로 쓰이면 몰라도 상시화될 경우 시장경제의 원리를 정면으로 해칠 수 있어서다. 망해야 할 기업이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버티거나, 사양산업의 일자리가 정부에 의해 억지로 유지된다면 시장엔 비효율이 쌓이게 되고 이는 건전한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비상 대책은 경제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가동한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 국면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이번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심지어 바이러스가 정복된 뒤에도 코로나 이전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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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강력한 긴급 처방으로 위기에 처한 가계와 기업을 구했다면, 이젠 머지않은 시기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올 것이다. 그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게 이 정부가 할 일이다. 마침 문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은 과거의 해법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만 잘해도 이 정부의 많은 경제 실정(失政)은 상당 부분 잊혀질 수 있을 것이다.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 위기#비상대책회의#포스트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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