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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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인기 DJ 디나이스(왼쪽)와 함께 인스타그램 채팅포럼인 ‘카우치파티’를 진행한 미셸 오바마 여사(오른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자가 격리 중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빌보드 웹사이트
지난달 25일 인기 DJ 디나이스(왼쪽)와 함께 인스타그램 채팅포럼인 ‘카우치파티’를 진행한 미셸 오바마 여사(오른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자가 격리 중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선거 참여를 독려했다. 빌보드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제 개인적인 바람은 올해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출마하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말이죠. 물론 김칫국을 마시는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지만 만약 그녀가 출마한다면 김빠진 콜라 같은 대선전이 얼마나 흥미진진해지겠습니까.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미셸 여사도 바이든 후보 지지 영상에 출연하고 그를 위한 선거자금 모금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겠죠. 그녀가 좀 더 정치 전면에 나서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Beggars can’t be choosers.”

구걸하는 사람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주어지는 대로 만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속담으로 하자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얻어먹는 주제에 쓰다 달다 할 수 있나’ 정도가 되겠죠. 제임스 카빌 민주당 선거전략가의 말입니다. 바이든 후보를 구걸자에 비유했습니다. 미셸 여사 앞에 무릎 꿇고 “내 러닝메이트가 돼 달라”고 애원해야 할 처지라는 겁니다.

△“She’ll ultimately ruin, not balance, the ticket.”

대통령-부통령 후보 조합을 ‘티켓’이라고 부르는데요. ‘티켓 균형(밸런스)’이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든-미셸 조합을 보면 유명세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팬들이 넘쳐납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지지층이 폭넓다고 말하기 힘들죠. 그 어떤 대통령 후보도 자기보다 인기 높은 부통령 후보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후보 진영에서 “미셸 여사의 압도적 인기가 티켓의 미래를 망쳐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Being president doesn’t change who you are. It reveals who you are.”

미셸 여사 본인의 얘기도 들어봐야죠. 요즘 그녀는 교육,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하는 대신 정치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편인데요. 2012년 민주당전국위원회 연설에서 그녀의 대통령관(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꾸어 놓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낼 뿐이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바이든#오바마#미셸#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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