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압승한 與, 겸손한 자세로 코로나 국난 극복 협치 나서라

동아일보 입력 2020-04-16 00:00수정 2020-04-16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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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패한 野, 환골탈태 없이 미래 없다 ― 민심은 엄중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정당 득표를 포함해 절반을 넘는 안정 의석을 얻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과반에 27석 못 미치는 123석을 얻어 1석 차로 제1당을 차지했던 민주당으로선 압승이라 할 만한 결과다. 국민은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를 맞아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수권 세력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미래통합당에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문재인 정권 3년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퇴색된 ‘코로나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방역대책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 속에 많은 국민은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여당은 지원 기준과 대상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긴급재난지원금 등 과감한 복지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추진력을 과시했다. 초기 혼선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공급 안정화 등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해가는 모습도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대신 경제, 외교·안보 정책 등 문재인 정부 3년 공과에 대한 평가의 의미는 희석됐다. 누더기 선거법 개정,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 검찰개혁 논란 등에 대한 민심의 평가도 뚜렷이 드러나지 못했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후보자와 유권자가 만날 기회가 사라지며 인물 검증도 실종됐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정 중간평가와 향후 국정 진로를 제시하는 의미는 약해졌지만 이번 총선은 66.2%라는, 1992년 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감염병 사태로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민의를 표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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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번 총선 승리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 이은 4연속 전국단위 선거에서 승리한 기록을 세웠다. 민주화 이후 통합당 계열 정당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3연속 승리한 적은 있었지만 4연속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권자가 민주당이 만족스러워서 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다.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그간 정부 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심판을 유보했을 뿐이다. 당장 급한 코로나 위기 극복의 과제 해결에 집중하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정부 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그간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한 합격증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방향성은 차치하고라도 대화와 타협, 조율과 협치보다는 대립과 증오, 상대를 적폐로 규정하고 몰아붙여온 국정 운영 방식이 계속돼선 안 된다.

여당의 승리엔 정부 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보수 야당에 대한 불신과 비호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범보수 진영은 물리적 통합은 했지만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당명 개정과 이합집산을 거듭했을 뿐 탄핵의 그늘을 완전히 걷어낼 자성과 혁신, 다시 말하면 수권 세력에 걸맞은 역량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공천 막판에 황교안 대표가 공관위 안을 뒤집고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공천한 사천(私薦) 논란도 역풍을 불렀다.

게다가 선거 막바지에 이른바 ‘세월호 천막 발언’ 같은 막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은 수도권 민심 이반을 초래했다. 지도부 스스로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을 내면화하지 못한 탓이다. 총선을 지휘한 황 대표 리더십은 지지층과 국민들에게 수권 세력으로서의 믿음을 주지 못했다. 황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며 앞으로 세력 재편을 놓고 당내 갈등이 거세질 것이다. 통합당이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야당의 수권 능력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 4년 전 국민의당 돌풍과 같은 제3세력의 약진은 없었다. 군소 야당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거대 정당의 ‘강 대 강’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제3세력의 완충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여야 대치가 심화될 경우 정국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완화되는 듯하던 영호남 지역 양상도 더 뚜렷해졌다. 20대 국회에서 지겹도록 되풀이된 파행 국회의 고리를 끊기 위한 진정한 협치 모델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총선 이후 정부 여당엔 더 엄중한 과제가 부여될 것이다. 코로나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전 국민의 동참과 협조가 필요하다. 전방위에 걸친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도 야당을 청산 대상이 아닌 국정 파트너로 삼아 함께하는 협치가 절실하다. 정부 여당이 전 국민을 포용하고 단합하게 만드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비례정당 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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