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또 도발, 정부도 이번엔 ‘탄도미사일’ 규정… 대응도 달라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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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오전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모두 고도 50여 km로 각각 430km, 690km를 날아가 동해상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 미사일은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밝혔다. 북한이 올해 들어 쏜 미사일 가운데 탄도미사일로 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도발은 5월 4일과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이후 77일 만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5월 발사체가 유엔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가리는 ‘탄도미사일’인지를 두고 “계속 분석 중”이라고 말해 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6·30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25일 만이다. 판문점 회동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회담 날짜를 잡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잠수함 건조시설을 시찰하는 등 군사적 행보를 눈에 띄게 강화했다.

이런 북한의 움직임은 김정은이 2·28 하노이 결렬 이후 대북제재 해제가 어려워지자 “제재 해제 따위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체제 안전보장을 북-미 협상의 최우선순위로 바꾼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이 최근 불가침 약속 의사를 밝혔음에도 향후 협상에서 제시할 정치·군사적 조건들을 관철하기 위해 기선 잡기 차원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협상의 판은 깨지 않으면서도 군사적 위협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사거리가 긴 중거리 미사일이나 SLBM 시험 발사로 도발 수위를 올리면서 더욱 대담한 벼랑 끝 모험도 감행할 수 있다. 이런 북한의 전술은 과거부터 흔히 써오던 상투적 수법이지만, 올해 들어 한미가 잇단 미사일 발사에도 한없이 무른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은 더욱 간 큰 도발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5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작은 단거리 무기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단거리미사일은 미국엔 위협이 아닐 수 있지만 한국엔 당면한 위협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탄도미사일인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거리낌 없이 도발을 감행해도 방치하면 북한은 장거리부터 단거리까지 육해공에 걸친 다종의 핵미사일 세트를 완비할 수도 있다.
#북한#미사일#미사일 도발#트럼프#김정은#핵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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