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응원’ 톡톡] “삶이 담긴 스포츠, 프로야구가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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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과 함께 프로야구 시즌도 돌아왔습니다. 집에서 발 뻗고 보는 경기도 재밌지만,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과 한데 모여 ‘직관’하는 즐거움을 아는 이들은 바쁜 중에도 경기장을 찾습니다. ‘야구에는 삶이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야구 없이 못 살아”

“5년 간 아버지와 야구장 원정을 다니며 야구에 흠뻑 빠졌어요. 엎치락뒤치락하며 애태우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 매력적이더라고요. 영상편집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야구 관련 영상을 편집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특이하고 재밌는 야구 경기 장면·영상을 모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2년 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독자수는 약 1만7000명이에요.”-최수혁 군(15·유튜브 채널 ‘야구형·Baseball brother’ 운영)

“8년(2009~2016년) 간 ‘프로야구 관람경험’을 조사해본 결과 성인 2명 중 1명이 프로야구를 경기장에서 봤어요. 2016년 이후 프로야구 관중 수가 연간 800만 명 선을 유지하고 있죠. 주로 가족(36.8%, 중복응답)이나 동성친구(28.6%)와 동반했지만, 연인·이성친구(13.8%), 직장동료(11.8%)와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문 목적으로는 다 함께 응원하는 문화를 즐기고 싶다(72.5%)는 이유가 강했습니다.”-송으뜸 씨(리서치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전공이 스포츠경영인데다, 야구 응원문화의 매력에 빠져 스포츠 응원상품 제작을 꿈꾸게 됐어요. 일러스트를 배우고 레진(보형물 제작 시 사용하는 물질),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하며 제품을 몇 개 만들기도 했죠. 제가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 주로 롯데 관련 제품이에요. 하나는 주황색 비닐봉투를 머리에 쓴 갈매기 모양 피규어 ‘자갈(자이언트갈매기)’이에요. 동백유니폼의 동백 모양을 딴 ‘동백 배지’도 있고요. 모자에 부착하는 피규어는 강민호 선수가 모티브인데, 얼마 뒤 삼성으로 이적해 슬펐어요. 앞으로도 스포츠 응원상품, 그중에서도 롯데 자이언츠 상품을 제작하고 싶어요.”-김동성 씨(20대·취업준비생)

“해마다 연 20회씩 야구장을 찾습니다. 야구장 전국투어가 인생 목표 중 하나라 연 초에 경기 일정을 확인하고 스케줄을 비워둬요. 그리고 주말에 지방 구장으로 떠나죠. 나중에는 메이저리그경기 직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기어코 2014년에 미국으로 떠나 메이저리그 경기를 관람했죠.”- 최태석 씨(31·연구원)

“최동원, 이대호 등 많은 야구스타를 배출한 ‘경남고’를 졸업했어요. 그래서인지 야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요. 대학 땐 야구 동아리에 가입해서 매일 야구장에서 살았고, 지금은 사회인 야구팀에서 투수로 뛰고 있어요. 야구는 제 인생의 일부죠. 자랑 하나 하자면 지난해에는 27이닝 31탈삼진을 기록해 리그 탈삼진 왕이 되었어요.”- 이수관 씨(53·공인중개사)

● 응원의 재미에 흠뻑


“지난해부터 야구의 매력에 빠져 야구팬이 됐어요. 이번에도 개막전 경기를 직접 보고 왔어요. 직관의 매력은 단연 다함께 응원하는 열정 넘치는 분위기죠! SK 와이번스 팬이라면 모두 ‘연안부두 타임’을 최고로 꼽을 것 같아요. 8회 초가 끝나면 관중들이 다 같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라는 가사의 응원가 연안부두를 부르거든요. 정말 울컥하는 순간이죠. 또, 경기전후로 ‘승리를 외쳐라’와 ‘투혼의 와이번스’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그걸 들으면 열정이 끓어올라요. 이야기하다 보니 야구 보러 가고 싶어지네요.”-고은정 씨(27·회사원)

“NC 다이노스 응원가는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고 ‘영(young)’한 느낌이에요. ‘마산 스트리트’만 봐도 남녀노소 즐기기 쉬운 노래라는 걸 알 수 있죠. 저는 ‘혼야(혼자 야구장에 간다는 뜻)’도 종종 즐기는데, 재작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도 두산 응원석 한 가운데서 혼자 봤을 정도에요. 혼자 NC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나성범 선수가 홈런을 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포효했죠. NC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느낀 계기였어요.”-김현탁 씨(23·대학생)

“고향(부산)의 자랑 롯데 자이언츠 팬이에요. 천안에 살지만, 시즌 때 꼭 사직구장에 갑니다. 좋은 좌석은 사나흘 전부터 예매를 서둘러야 해요. 롯데의 상징은 ‘비닐봉지 응원’입니다. 7회쯤에 안전요원들 나눠주는 비닐봉지를 받아서 각자 모양을 만들어 귀에 걸고 응원 하는 거예요. ‘부산 갈매기’, ‘바다새’ 등 대표 응원가도 함께 부르고요. 응원은 롯데를 따라 올 팀이 없어요. 자랑스러운 점은 게임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난달 31일에도 LG에게 역전패를 당했는데 응원은 지지 않았죠. 또 하나 독특한 점은 사직구장에서는 ‘치맥’ 대신 ‘회’가 등장한다는 거예요. 부산이라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죠.”-문영민 씨(56·회사원)

“지난달 있었던 두산과 한화의 개막전 경기날 선착순으로 주는 두산 베어스 여권을 받기위해 구장에 일찍 갔어요. 덕분에 천만배우 진선규 씨의 시구도 볼 수 있었죠. 마운드로 갈 때부터 시구 후 세레머니까지 흥이 넘치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죠. 그렇게 들뜬 상태로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1회에 실점을 하더니, 7, 8회에도 연달아 실점을 하더라고요. 이미 주변은 텅 비기 시작했지만 의리로 끝까지 봤습니다. 결국 9회 말에 1득점을 했어요. 11대 1 두산 패. 그래도 11대 0보다 낫다며 위로했죠.”-안모 씨(25·대학생)

“NC 다이노스는 슬로건 ‘행진’을 새긴 큼지막한 깃발을 흔들며 응원가를 부르는 모습이 카리스마 있죠. 각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이 고향(마산)에 오면 다 같이 야구장에 가요. 한번은 놀러갔다가 경품 당첨 이벤트에서 치킨 교환권을 받기도 했어요. 수많은 관중들 중에서 제가 뽑힐 때의 그 짜릿함이란…. 이것도 야구장의 묘미죠.”-박승현 씨(22·대학생)

● 맥주에 치킨? 핫도그, 오징어!

“야구장은 당연히 치킨에 맥주 아니겠어요? 이건 불변의 진리에요. 요즘은 삼겹살, 족발 같은 별별 음식을 다 팔던데 치킨을 이길 순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는 미성년자라 맥주 대신 콜라였지만 올해부터는 성인이 되어 당당히 치맥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랑 같이 맥주 한잔 씩 들고 치킨 먹으면서 경기 보는 시간은 말 그대로 ‘힐링’이에요. 응원하는 팀이 져도 즐겁죠. 야구 개막을 기다리던 이유 중 하나랄까요.”-한모 씨(20·대학생)

“야구장에서는 간식을 빼놓을 수 없어요. 먹으러 야구장에 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맥주는 무조건 필수! 한, 두 잔 마시면 적당히 흥을 올려 기분 좋게 응원하도록 만들죠. 다들 맥주에는 치킨이라는데, 치킨은 양도 많고 자리에 두고 먹기 불편해 오히려 핫도그나 햄버거가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간식은 매점에서 구워주는 오징어에요. 먹기 편하고, 맥주와 찰떡궁합인데다가 굽고 있으면 냄새 때문에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요.”-김모 씨(24·대학생)

“야구장에서 여러 음식을 팔지만 양도 작고, 가격도 너무 비싸서 몇 번 사먹은 뒤로는 잘 안 먹게 돼요. 대신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과자를 사들고 가죠. 다른 음식처럼 냄새가 배는 것도 아니고,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더 편하더라고요. 과자 중에서는 단연 홈런볼이죠. 편의점 가장 앞쪽에 진열돼있고, ‘홈런’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 같아서 갈 때 마다 꼭 사게 됩니다.”-이모 씨(23·헤어디자이너)

● “소변, 욕설, 술은 참아주세요”

“야구를 좋아하지만 야구장에서의 악몽 때문에 주로 집에서 관람합니다. 막상 가보니 시설도 열악하고, 사람은 많아서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위쪽 좌석 사람들이 경기장 안에서 벽에 대고 노상방뇨를 하더라고요. 자칫 아래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소변이 튈 것 같았어요. 완전 경악을 했죠. 또 선수들이 조금만 못하면 얼마나 욕을 해대는지…. 경기장 안에서 여러 명이 그러니 눈살 찌푸려지더라고요.”-황석기 씨(61)

“구장 내 술, 담배가 최악이죠. 소지품 검사가 허술한 틈을 타서 소주를 몰래 가지고 오더라고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고 주정부리는 아저씨들은 최악이죠. 취해서 시끄럽게 욕하니까 다른 관중들에게 민폐에요. 응원하는 팀이 못한다고 맥주 캔을 던지는 사람도 봤어요. 또 하나는 회사에서 단체관람을 오는 경우에요. 회식 겸 단체 관람 하는 걸 옆에서 봤는데, 표정에서 ‘집 가고 싶다’를 읽었죠. 부장님만 신나는 시간이 아닐까 싶고…. 야구는 친구, 애인과 보는 게 최고 아닐까요?”-차모 씨(27·대학생)

“야구장 응원가는 대부분 대중가요를 편집한 형식으로 제작, 재생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반산업협회 등 총 3개 단체에 저작권료를 지급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노래를 개사하는데서 생기는 ‘저작인격권(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갖는 정신적·인격적 이익)’ 이슈가 문제입니다 현재 KBO와 10개 구단이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곡들은 사용을 전면 중지한 상태입니다.”-KBO 관계자

신무경 기자 yes@donga.com·정혜리 인턴기자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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