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들 안 하려는 전경련 회장, 서로 하려는 中企중앙회장

  • 동아일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주 37대 회장에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추대했다. 허 회장은 2011년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이래 5번째 연임이다. 2017년에도 고사했던 허 회장이 연임을 하게 된 것은 회장을 하겠다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당선된 중소기업중앙회에는 지난해부터 7명의 후보가 경쟁하다 상호 비방전과 금품살포 논란으로 번지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두 단체의 사회적 위상 변화를 반영한다. 전경련은 과거 기업과 정부 간 소통을 주도하는 재계의 대표 단체였다. 그러나 정경(政經)유착의 온상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구인난을 겪다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주요 그룹들의 탈퇴와 정부의 ‘패싱’으로 더욱 위상이 추락했다. 반면 360만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장은 정부나 정치권 행사에 단골손님인 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더 위상이 높아졌다.

전경련은 2017년 명칭 변경 등 5대 혁신안을 내놨지만 회원사들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경련의 모델이었던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한때 정경유착의 비리 단체로 비난받았으나 ‘기업 행동 헌장’을 만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정부의 신산업 정책 파트너로 다시 일어선 것을 참고할 만하다.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중기중앙회장은 ‘중(中)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는 데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역대 회장 11명 중 6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두 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의 책임과 역할 또한 가볍지 않다. 정부 및 사회와 소통하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중기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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