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수처 수사 대상서 의원 빼줄 수 있다”는 靑의 꼼수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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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대상에서 “야당 탄압 수사가 염려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보이는데 이는 권력기관 개혁의 취지를 감안할 때 부적절한 제안이다.

공수처의 설립 목적은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권을 독립적인 수사기관에 이양해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하고 검찰권을 견제하는 것이다. 검찰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판검사 등 유력자들을 엄정하게 수사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커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선출직 공무원이 수사대상에서 빠진다면 공수처는 반쪽짜리 기구가 되고, 검찰이 입법 예산 국정감사권을 가진 국회의 눈치를 보거나, 검찰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권당 관련 수사 때 은밀한 거래를 하는 과거의 폐단을 원천 봉쇄하기 어렵다. 이는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큰 틀의 사법개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면 구체적 입법을 통해 방지장치를 만드는 게 옳다. 공수처에 대한 야당의 가장 큰 불신은 친(親)정부 성향의 검사들로 공수처가 채워져 검찰보다 더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신과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면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한 구성과 운영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

과거 검찰의 폐해는 고위 간부들이 인사권을 쥔 정권에 은밀하게 줄을 서고 그 결과 정치적 사건을 편파적으로 처리한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국회를 설득하려면 의원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아무리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 해도 꼼수로는 공수처가 탄생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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