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십년째 공염불 ‘中企 육성’, 옥석 가려 세계적 강소기업 키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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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중소벤처기업인 200여 명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벤처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이 사람 중심 경제의 주역”이라면서 “올해는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국내 기업 수의 99%, 국내 일자리의 90%를 차지할 만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지만 중소벤처기업들은 지금도 사람이 없어 쩔쩔매는 곳이 많다.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근무 여건이나 문화적 환경이 열악해서 젊은이들이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혁신 경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세계에서 1등 하는 강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강소기업을 일컫는 ‘히든 챔피언’ 2700여 개 중에서 독일이 절반인 1300여 개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미국 일본 스위스 오스트리아 순이다. 한국은 고작 20여 개다. 또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은 세계 230여 개 가운데 미국 중국 인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한국은 5개에 불과하다.

역대 정부가 수많은 중소벤처기업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성과는 이처럼 지지부진하다. 시장논리를 무시한 ‘퍼주기’로 되레 기업 생태계를 망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수는 360만 개가 넘는다. 기술이 뛰어나고 혁신적인 중소기업이 있는가 하면 정부 지원금과 낮은 임금으로만 연명하는 ‘좀비기업’들도 많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과감히 퇴출되도록 해야 혁신적 기업이 살아난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키는 등 초기부터 관심을 집중해 왔다. 세계적인 혁신기업, 강소기업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무조건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옥석이 가려지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직접 자금 지원을 하기보다 수출 길을 뚫어주고 연구개발, 마케팅, 교육을 지원해주며 직원들의 복지 주거 문화환경을 보완해주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은 무엇보다 신(新)산업이 핵심이다. 미국과 중국은 신산업에 대해서는 선(先)허용 후(後)보완 방식의 규제프리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번 정부만큼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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