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주성원]美의 화웨이 창업주 딸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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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전 세계 기술기업 중 가장 투명한 회사다.”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글로벌 보안 책임자인 존 서퍽 부사장은 화웨이 장비를 둘러싸고 나오는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 10월 “서양과 동양의 신뢰 부족 때문”이라며 일축했다.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과 첩보동맹을 맺고 있는 ‘파이브 아이스’ 5개국(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가운데 3개국 정부가 화웨이 사용을 금지했다. 6일에는 일본 정부까지 화웨이를 5세대(5G) 통신장비에서 배제했고 영국 브리티시텔레콤도 화웨이를 쓰지 않기로 했다. 화웨이의 창업과 성장 과정이 자초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7년 중국 인민해방군 통신병과 출신인 런정페이 회장이 창업한 화웨이는 1993년 인민해방군에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중국 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1일 캐나다에서 체포된 것은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멍 부회장을 체포한 캐나다는 이란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나라다. 화웨이는 HSBC를 통해 이란과 불법적인 금융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내세운 혐의이고 실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압박해 중국 정부의 산업굴기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멍 부회장이 그저 화웨이 임원 중 한 명이었다면 파문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 회장의 딸이다.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의 성(姓)을 따랐지만 화웨이의 유력한 경영 계승자로 거론된다. 한쪽에서 휴전, 다른 쪽에서는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것이 미중 무역전쟁 양상이다. 민간 기업이라고는 하나 중국 정부와 거의 한 몸처럼 활동하며, 심지어 한국 미국의 경쟁사들과 막무가내 특허 침해 소송까지 벌이는 화웨이를 보면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는 절대 꺼진 게 아니었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화웨이#중국#파이브 아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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