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기자의 對話]조훈현 “정석(定石)은 어디 가고…, 강수 꼼수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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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훈현 의원은 “안에서 좀 쓴소리를 하면 들어주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면이 미흡한 점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인터뷰를 한 이날은 ‘제2회 국회기우회장배 바둑대회’가 열린 날. 이에 앞서 3월 말에는 그의 숙원 사업인 ‘바둑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60년 바둑 인생에서 마지막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훈현 의원은 “안에서 좀 쓴소리를 하면 들어주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면이 미흡한 점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인터뷰를 한 이날은 ‘제2회 국회기우회장배 바둑대회’가 열린 날. 이에 앞서 3월 말에는 그의 숙원 사업인 ‘바둑진흥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는 “60년 바둑 인생에서 마지막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국수(國手)가 보는 정치판이 궁금해 첫 인터뷰를 가진 것이 약 1년 전. 당시 그는 “(정치) 하수인 나도 수가 보이는데, 고수들이 왜…”라며 미생마(未生馬)가 된 뒤에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소속 당을 안타까워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대체적인 민심은 여전히 차가운 상태. 그는 “지난 1년여간 당 혁신이라는 정석(定石) 대신 강수와 꼼수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3선은 실리, 2선은 패망, 1선은 사망. 지금 우리는 어디를 달리고 있나. 국민은 다 아는데 우리만 모르는 건 아닐까….

● 의원 된 지 2년 정도 됐는데 정치가 좀 보이나.

이진구 기자
이진구 기자

아직은…. 전에는 의원들끼리 대판 싸우면 ‘왜 저러나?’ 하고 놀랐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하는 정도일까?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지금 한국당은 어느 선을 달리고 있다고 보나. 실리를 얻고 있다고 말하기는 좀 힘든 것 같은데….) 실리선은 아니고… 거참…, 그렇다고 패망선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2.5선? 잘하면 실리를 얻고, 못하면 패망하다 사망하는…. 지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 투표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내 생각에는 말 안 하고 지켜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한국당 안에서 초재선 의원다운 목소리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다음 총선에 출마할 것도 아니지 않나.

물론, 출마 안 한다. 초재선 의원들이 나름의 모임은 갖고 있는데…, 계파 다르고, 생각 다르니 뭉치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상황에서는 특별한 수가 없는 것 같다. 강수가 필요한데… 수가 안 보여….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좋은 수인지는 모르겠지만 홍준표 대표란 돌이 강수는 강수 아닌가? 잘하고 있다고 보나?

의원들 사이에서 말이 많지…. (말이 많다는 게 무슨 뜻인지…, 거칠다는 뜻인가?) 한마디로 할 수 있으면 별문제가 아니지…. 사람이 누구나 하나씩은 결점이 있지 않나. 막말이다, 정책이다, 의사소통이다 다 걸리니까…. 솔직히 소통이 안 되고 있거든. 그렇게 여러 가지가 겹치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지. 그런데 또 거꾸로 보면 단점도 많지만 대체할 만한 사람이 있느냐는 말도 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일단 버티고는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이만큼 버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지도부가 좀 생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그건 알고 뽑은 거니까. 작년에 투표할 때는 지금은 책사 협상 정책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싸움꾼이 필요할 때라는 정서가 더 강했거든. 하나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

탄핵 이후부터 강수 묘수보다 기본에 충실한 정석의 길을 걸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제대로 된 혁신이 정석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건데….

그게 정석이고 정도인데…, 한편으로는 이런 게 있다. 사실 바둑도 내가 잘해서 이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누가 실수를 많이 하느냐로 갈릴 때가 더 많지. 정치든 뭐든…. 우리는 최순실에게 나라가 농락당한 어마어마한 한 방을 크게 먹은 게 아직도 회복이 안 되는 거고…, 그런데 저쪽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나 드루킹 사건 같은 악수가 나오기 시작하잖아? 나도 점점 정치인이 돼가는 건가? 하하하. 우리 당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 (잘한 게 있나?) …글쎄 모르겠어. 칭찬해줄 수는 없으니까…. 사실 한국당에 몸담고 있지만 중간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동네가 재미있는 게 (상대 당에 대해) 아예 서로 인정을 안 해. 누구나 백가지를 하면 최소한 하나는 잘하는 게 있지 않겠나. 그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난 그런 생각인데….

한국당은 무기가 ‘좌파빨갱이 낙인찍기’ 아니면 막말밖에 없느냐는 지적이 많다.

너무 궁지에 몰리니까…, 진짜 안 썼으면 좋겠는데…. 우리 어릴 적에는 무조건 ‘빨갱이’라고만 하면 끝나던 시절도 있었다. 근데 그게 이제는 50, 60대에게도 안 먹히지 않소? 6·25전쟁이 거의 70년 전인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야지….

2016년 2월 쓴소리를 듣겠다며 대표실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라는 백보드를 붙였다가 진짜 총선에서 ‘훅’ 갔다. 이번에도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고 플래카드를 붙였는데, 실제로 변한 것이 없다보니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

정치적인 행위지, 뭐…. 지금 상황에서 정당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도 하고…. 정부나 우리나 사실 똑같은 거 아닌가? 입으로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은…. (바둑은 승패를 떠나 서로 잘 어우러진 판이 있는데 정치는 그게 안 되나?) 근데 그게 참 묘한 게…, 전날까지 치고받고 싸우면서 ‘죽이네 살리네’ 하더니만 아침에 오면 밤에 합의됐다고 본회의 들어가자는 거야. 그런 거 보면 난 진짜 정신 못 차려…. 이해도 안 되고…. 욕먹는 건 사실인데, 또 누군가는 조금 양보하고 협상하면서 끌고 가더라고. 그런 게 정치인가 싶기도 하고….

최근에 반홍진영 의원 모임에 참여했다는 기사가 났는데….

아∼ 그거∼, 포럼이나 세미나에 나와 달라고 하면 시간 되면 웬만하면 구별하지 않고 다 가니까. 전에도 비박 측에서 친한 사람이 뭐 성명 내는데 나와 달라고 해서 ‘네’ 하고 갔더니 그다음부터는 ‘비박이’가 되더라고. 친박 모임에 가면 ‘친박이’가 되고…, ㅋㅋㅋ. 뭐 친박 비박 친홍 반홍 그런 게 다 뭔지….

숙원 사업이던 ‘바둑진흥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람이 뭐라도 하나는 남기고 가야 하는데 그동안 법이 통과가 안 돼 정말 애를 먹었다. 밖에서는 쉽게 봤는데 법 통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정말 몰랐다. 그동안 바둑계는 기업 후원에만 의존해 기업이 안 해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바둑 진흥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해야 한다. 60년 바둑 인생에서 마지막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바둑 격언에 ‘빵 따내면 30집’이라는데…. 누굴, 무엇을 ‘빵’ 따내야 판이 바뀔 수 있을까. 드루킹? 사면초가에서 그런 수가 있기는 한 걸까.


홍준표 대표의 막말 때문에 선거운동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아∼, 그 얘기 많지, 많이 들리던데…. 우리 지역구에는 제발 (홍 대표가) 오지 말아달라는 말도 많이 나오고…. 그런데 고칠 수가 없으니까…. (홍 대표만 ‘빵’ 따내면 지지율 30%가 될 거라는 말도 나온다.) 쯧쯧쯧, 뭐… 잘 모르겠고…, 나름대로 자기 길을 가고 있으니까…. 그걸 막을 수는 없겠지. (막지는 못해도 조언은 할 수 있지 않나.) 안 들으니까…, 들을 거라면 진즉에 들었겠지. 그런데 거참, 그게 없으면 홍준표가 또 아니지. 싸움 바둑이 갑자기 집 바둑으로 가겠나. 지방선거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겠지.

지난해 취임 초엔 문재인 대통령에게 너무 조급해하거나 욕심 부리지 말라는 조언을 했는데 지금은 뭘 조언하고 싶나.

뭐랄까…, 상식적으로 이해 안 가는 변명이 많아지더라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건도 ‘당시 국회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너희들도 했는데 왜 문제 삼느냐는 것인가? 그럼 왜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숱한 총리 장관 후보들이 낙마해야 했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법성을 질의한 것도 한 개를 빼면 선관위 소관이 아닌 내용이고…. 그걸 떠나 굳이 누구에게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나.

고향이 전남 영암인데 한국당 국회의원이 돼서 뭐라 하는 사람은 없나.

처음에는 왜 한국당 가느냐고 말이 많았지만 난 그런 걸 안 따진다. 따질 이유가 뭐야. 이 좁은 나라에서…, 그것도 반으로 쪼개졌는데 또 영호남? 합쳐도 시원찮을 판에…. 말이 안 되는 소리지…. (그래도 그런 정서가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 궁지에 몰리면 꼭 그 소리가 나오더라고. 한국당이든 민주당이든 영호남을 따지는 거야. 전라도 ××, 경상도 ×× 그러면서 표 몰아달라고…. 그래서 지역감정을 풀 수가 없는 것 같아. 사람 좋고 일 잘하면 되지 어디 태생이 뭐가 중요한가? 난 그런 게 마음에 안 든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치소에 있다.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

해법은 난 잘 모르겠고…. 뭐 법대로 처벌받는 건 받는 건데…. 그래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꼭 수갑 찬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지…. 모든 범죄자를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도망갈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 장면을 꼭 보여주고 망신을 시켜야 하는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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