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의 직장’ 공공기관 채용비리 이 정도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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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 공공기관에 채용비리가 만연한 사실이 전수조사로 확인됐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과정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275개 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채용비리가 무려 2234건이다. 9∼10월 국정감사 당시 지적된 채용비리가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이 세 곳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기관장이나 기관 고위 인사가 청탁을 받고 특정인을 부당하게 채용한 사례가 많은 것이 충격적이다. 한 기관은 2014년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 예정 인원의 2∼5배수로 뽑기로 했지만 특정 인물이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서류전형 합격자를 30배수로, 그래도 들지 못하자 다시 45배수로 늘려 결국 합격시켰다. 미리 점찍어 둔 응시자의 점수를 올려주고 고득점이 예상되는 다른 응시자의 점수를 깎아내리는 서류 조작을 한 기관도 적발됐다. 채용 공고를 협회 등의 홈페이지에만 공지해 같은 기관의 전직 고위 인사가 추천한 인물들을 특혜 채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청년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높은 시대, 공공기관 입사에 머리를 싸매고 준비한 청년들은 그래도 공공기관은 공무원 채용처럼 공정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정부가 직접 출자하거나 재정을 지원해 설립한 공공기관은 국민의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공정한 직무수행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할 공공기관에서 채용부터 반칙과 특권이 판쳤다니 국민은 분노를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채용비리 관련자들은 공공기관을 사유화함으로써 취준생으로부터 공평한 기회와 세상에 대한 신뢰를 앗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전수조사 착수 때 약속대로 인사 청탁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연루자를 중징계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신의 직장#공공기관 채용비리#청년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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