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해 생리대 공개해놓고 ‘과학적으로 못 믿겠다’는 식약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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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일 여성환경연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해온 10개 생리대의 제품명을 공개했다. 당초 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검출 제품 중 제품명이 공개된 것은 ‘깨끗한나라’의 ‘릴리안’뿐이었으나 유한킴벌리, P&G, LG유니참 등 유명 회사 제품에도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 제품에선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지정한 1, 2군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

여성들에게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 식약처 생리대 안전검증위원회가 “여성환경연대 시험 결과만으로는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고 이달 말 식약처 조사 결과를 기다리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다. 식약처는 3월부터 제기된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돌연 여성환경연대의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의약외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조직이다. 자료를 신뢰하지 못하면 공개하지 말고, 공개할 거면 책임도 져야 하는 게 정부 아닌가.

여성환경연대는 어제 생리대에서 VOCs뿐 아니라 다이옥신 퓨린 성분도 검출 가능하다며 정부에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생리대에서 이런 독성 물질이 검출된다면 VOCs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식약처는 생리대에 어떤 물질이 검출되고 이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결과를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살충제 계란 파문 당시 식약처는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씩 매일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살충제 성분과 이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인 유해성과는 다른 문제이므로 살충제 검출만으로 불안해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랬던 식약처가 생리대엔 인체 유해성 판단 없이 물질 검출 사실만 발표해 일관성을 잃었다.
#여성환경연대#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성 판단여부#식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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