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국내에서 해양레저스포츠는 각광받는 분야가 아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크루즈, 마리나 등 해양레저 분야는 미래 산업 분야”라며 “이를 위해 2022년까지 300척 이상 계류할 수 있는 거점형 마리나 항만을 6곳에 만들고, 국내 항만을 동북아 크루즈 모항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서로 서울마리나에서 진행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진구 기자《 6월 27일 정부는 신고리 5, 6호기 원전의 건설을 잠정 중단하고, 공론화를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내고, 주무 부처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침묵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졸속 추진과 비전문가에게 의사 결정을 맡긴다는 비난, 누가 이 속도전을 총괄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그들은 왜 공사 일시중단이라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카드를 꺼냈을까. 》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이 좀 있었나.
“별 인연은 없는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내가 많이 대들었다. 열린우리당 출범하고 1년 반 가까이 밤에 젊은 의원들과 청와대에 자주 갔는데, 항상 좋지 않게 끝났다. 언쟁이 벌어져서…. 주로 내가 ‘그건 아닌데요’ 하고 총대를 메는데 우리가 하는 얘기를 잘 안 받아들였다. 나중에는 당 비상대책위원들하고 직언하다 불편한 상황도 만들어지고…. 그때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일 때인데…, (그것도 인연이라면) 별로 안 좋은 기억으로 시작된 인연인 셈이다.” ―그 이후에도?
“대통령과 부산에서도 둘이 만난 경우가 거의 없다. 대선 경선 때 그쪽에서 도와 달라 했는데 안 했다. 내가 김부겸(행정안전부 장관), 안희정(충남도지사)과 친한데, 그때 문재인 후보는 상종가고 이 사람들은 바닥이어서… 인간적인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세라는 말이 나오는데….
“국무회의에서 원전 문제 얘기한 것 갖고 그러는가? 좀 튄다고 하더라. 딱 한 번 말했는데…. 그날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말이 나와 생각한 걸 말했다.” ―주무 장관도 아닌데 왜 나섰나.
“내가 국회에서도 탈(脫)원전 의원모임 대표였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든다는데 생각해보니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부산, 울산처럼 원전 30∼50km 안에 사는 사람들과 몇백 km 밖에 사는 사람들의 여론을 똑같은 비중으로 반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체감도가 다르다. 또 하나는 이런 사회적 논의가 공정하게 진행되려면 공사를 (일시)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얘기했다.” ―중단한 상태에서 논의하는 게 공정하다고?
“5월까지 공사에 1조 원이 넘게 들어갔기 때문에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일시중단을 안 하면) 공론화 기간 동안 더 많은 공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후에는 중단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더 세질 테고…. 그건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총리도 전에 영광 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함평이 지역구라 한두 마디 했고…. 그러고 지나갔다. 뭐 결정한 게 없는데….”
―국무위원이 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장관은 원전이 있는 부산 지역구 의원이다. 속된 말로 이해당사자인데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이런 문제를 그런 식으로 기계적 가치중립성을 추구하려고 하면 안 된다. 서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부산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등가로 놓으면 안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걸 지역구를 대변한다고 보는 건 안 맞는 것 같다.” ―신공항 놓고 부산, 대구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기 동네가 타당하다고 싸운 것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나.
“그 건은 이익추구 사안이라 그런 건데…. 원전은 이익을 추구하고 대변하는 게 아니다. 원전 사고가 나면 부산 울산 사람들은 다 죽거나 도망가야 한다. 서울 사람은 거의 피해가 없지만…. 그러니까 거부감이 덜한 것 같다.” ―궁극적으로 모든 원전을 없애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단,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을 폐기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것은 아니고….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60년 탈원전이다. 울산 신고리 4호기가 올해 새로 가동된다.(인터뷰 이후 올해 말 가동 예정이던 신고리 4호기가 내년 9월로 연기됐다) 수명이 60년이다. 수명이 다 돼가는 원전은 하나씩 끄고, 새로 짓지 말고 60년 후 원전 제로를 만들자는 거다.”
―전기 수급은 어떻게 하나.
“몇 년에 하나씩 꺼 가면 2025년까지는 전기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전문가들도 전망하고 있고, 전기에너지 수급계획을 짜는 사람들은 늘 (계획을) 넉넉하게 잡는다. 계획은 좀 넉넉하게 잡는 것이 맞다. 또 하나는 경제성장률을 좀 높게 전제하고 수급 계획을 짠다. 전기가 남는 셈이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마인드가 그 사람들에게는 없다. 신재생 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에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새로 가동되는 것도 있으니 하나씩 꺼도 10년 정도는 큰 차질이 없고, 그 사이에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 60년 후에는 원전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에 이 계획을 짠 거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이 숙원 사업이라고 했는데….
“우리 조선이 무너지고 있는데, 우리 해운사들은 90%가 중국 등 외국에서 배를 만든다. 큰 배는 몇천억 원씩 하기 때문에 조선소가 은행이나 보험사의 지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받지 못하면 선주(船主)가 발주를 안 한다. 조선소가 파산하면 돈을 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금융권은 부도 우려 때문에 우리 조선사에 지급보증을 안 해준다. 반면에 중국은 지급보증도 잘해주고, 건조비도 우리보다 10∼20% 싸다. 그러니 누가 국내에서 배를 만들겠나. 공사를 만들면 신용이 있으니 금융 지원을 받기 쉽고, 여기서 선박 발주, 임대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화물 운송비만 받는 해운업이 아니라, 리스 선박금융업 등 해운과 관련한 총체적 사업을 하는…. 쉽게 말해 해운업을 지원하는 국영기업을 만들려고 한다.”
―국내에 없는 모델이라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내년 지방선거 전에 되나.
“올해 안에 해양진흥공사법을 통과시키고, 내년 9월 중에는 출범시킬 생각이다. 부산시장? 지방선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렇게 말했는데, 다른 데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다시 애매하게 말했던데….
“사람 일에 100% 확신할 수 있는 게 어디 있을까. 1%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절대 안 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99% 이상 안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역대 해수부 장관 중 상당수가 부산 출신이다. 부산 사람들은 왜 늘 해수부가 자신들 몫이라고 생각하나. 장관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내려갔는데, 이것도 또 다른 의미의 지역주의 아닌가.
“꼭 부산 사람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지역 문화가 조금 다르긴 하다. 바다와 관련해 항상 중앙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부산이다. 해수부를 없애면 왜 없앴느냐고 항의하고 부활시키고…. 부산 지역 신문에는 정치부 경제부 있듯이 해수부가 따로 있는 곳도 있다. 아예 부서가 있다. 그런 관심들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당을 많이 옮겼는데, 지향하는 정치가 뭔가.
(그는 YS(김영삼) 비서로 시작해 민자당(신한국당 한나라당)-열린우리당-창조한국당을 거쳐 민주당에 돌아왔다.)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나는 내가 보수 진보에 구애받지 않는 상식적 개혁주의자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좋은 보수가 될 수 있다면 거기서 헌신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나와서 열린우리당 만들어 실험해 본 거고…. 열린우리당 문 닫을 땐 그 좌절 때문에 불출마 선언하고 당시(2007년) 대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그가 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상식적인 정치를 말했는데, YS의 3당 합당은 상식적인가. 그건 견디지 않았나.
“1990년 3당 합당 후에 YS가 직접 ‘이번이 마지막 싸움인데 한 번만 더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민자당 대선 후보가 돼야 했으니까…. 안 되면 정치를 떠나겠다고…. 난 YS가 민자당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분도 20%밖에 안 되고….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YS의) 정치적 장례를 치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시기할 정도로 굉장히 나를 총애해줬는데, 그 갚음은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가이샤쿠(かいしゃく)를 말하는 건가.
(가이샤쿠: 할복 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뒤에서 목을 쳐주는 일본 사무라이 문화.)
“그렇다.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 당할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몽골 기병대처럼 민자당 내 민정계를 다 격파했다. 김덕룡, 최형우 이런 분들과 같이…. YS를 대선 후보로 안 밀면 우리가 아는 패 다 깐다. 판 깨고, DJ(김대중) 돕는다면서…. 장례 치르러 갔다가 뜻밖에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하하하.”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
“지금까진 괜찮은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미션을 던져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신고리 원전 5, 6호기도 본인이 시점을 선택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세금 문제도 세수와 재원 문제를 안 다루면 무책임한 일이 되니까 지금 안 던질 수는 없는데,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던지면 당연히 많은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만큼 힘겨운 행군을 해야 된다. 불가피한데 안쓰러운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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