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봉 차원에 머문 납북자 대책, 송환 요구로 전환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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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전 북한에 납치된 정건목 씨(64)는 그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모친 이복순 씨(88)를 부둥켜안고 “엄마”라고 외치며 한참을 울었다. 정 씨는 1972년 오대양 62호를 타고 서해에서 홍어잡이를 하다 다른 선원 24명과 함께 납치됐다. 북한이 범행을 부인하고 선원들의 생사 확인을 거부해 이 씨는 상봉 행사가 열리기 전까지 아들의 생사조차 모른 채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정 씨의 경우는 6·25전쟁 이후 북한에 끌려간 납북자 517명의 생사 확인과 가족 상봉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남북은 2000년부터 ‘특수 이산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납북자를 이산가족 상봉에 포함시켰지만 정 씨를 비롯해 고작 19명만 혈육을 다시 만났다. 북한은 이번에도 20명의 생사 확인 요청에 확인 불가 12명, 사망 7명이라고 답해 정 씨만 상봉자가 됐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상봉에 만족할 일이 아니라 정부가 납북자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결연함을 보여야 한다.

납북자 가족들은 최근 한일 정상에게 청원서를 보냈다. 고등학생 시절인 1970년대 전남 홍도의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이민교 홍건표 최승민 씨의 가족들은 한일 양국 정상에게 “납북 문제 전면 조사를 요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3명은 1978년 납북된 김영남 씨와 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 씨 부부와 함께 평양에서 4년간 함께 지낸 인연이 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직후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납북자 문제에 공조한다면 북한에 압력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다. 북한이 초기 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김정은 치하에서 납치 문제 해결에 동의한 것은 우리 정부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이번 이산상봉은 ‘8·25 남북 합의’의 첫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측 단장인 이충복 적십자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어제 “상시 접촉(정례화)과 편지 교환 등 이산가족 관련 문제를 남측과 협의할 것”이라며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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