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3대 조선업체가 올해 2분기에 4조7500억 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조선경기 불황 탓도 있지만 바다에 매장된 석유나 가스 등을 발굴, 시추, 생산하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막대한 손실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작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의 조선 ‘빅3’의 누적 적자는 7조5000억 원대에 이른다.
2008년까지 10년간 세계 1위를 지키던 한국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어려움이 커지자 고가(高價), 고부가가치의 해양플랜트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경쟁력 부족, 과당 경쟁, 수익 악화의 삼중고에 점점 더 빠져드는 형국이다. 선박 본체 조립을 주로 하던 국내 조선업체들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 계약하는 턴키방식으로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면서 지식과 경험 부족으로 손실을 키웠다. 국내 업체들끼리 수주 확대를 위해 무리한 저가 수주의 출혈 경쟁을 벌여 스스로 발등을 찍은 사례도 적지 않다.
해양플랜트는 4월에 열린 제1차 창조경제 민관협의회에서 13대 미래 성장동력에 포함된 분야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때도 해양플랜트 기술력 강화 및 수주 규모 확대를 뼈대로 하는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해양플랜트는 중국 정부가 올해 5월 발표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에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힐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3년 넘게 해양플랜트 육성을 강조하면서도 조선업계의 적자가 저렇게 커지도록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지도, 구조조정을 유도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제조업 부활과 육성을 위해 중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도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산업정책에 나서고 있다. 반면 과거 산업정책 성공의 모범사례로 꼽혔던 한국은 최근 산업정책이 사실상 실종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산업정책의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 부처 안에서 존재감이 약하고 구심적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추락의 1차적 책임은 해당 업계에 있다고 해도 산업정책에서 실패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조선 외에도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등 국내 주력 업종의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산업절벽’의 현실을 타개하려면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함께 정부의 실효성 있는 산업정책이 중요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