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14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왜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국가부채 증가분 93조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조 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에 들어갈 충당부채였다. 연금충당부채란 공무원과 군인 퇴직자에게 주겠다고 정부가 약속한 돈으로 2088년까지의 전체 연금 지급액을 현재 돈가치로 추산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 재무제표 상 국가부채 총 1211조2000억 원 가운데 공적연금 충당부채가 절반을 넘는다. 국민 1인당 2402만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공무원과 군인들의 노후 연금을 위해 바쳐야 할 돈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국가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은 것도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충당부채 증가와 경기 활성화를 위한 국채 발행이었다. 기획재정부는 “연금충당부채가 크게 늘어 걱정”이라며 “위험요인을 줄이기 위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연금 수급자 수가 2013 회계연도의 45만 명에서 3만2000명이 늘었고, 보수인상률도 1.7%에서 3.8%로 높아졌으니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건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공무원 정원을 늘리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공직자 사기를 높인다”며 봉급 인상을 계속한다면 국민이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 돈은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충당부채를 더 늘리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세대 간 도덕적 해이’다. 위험요인을 줄이는 방법도 연금 개혁 외에 다른 것이 있을 리 없다. 국민은 1993년부터 혈세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왔다. 인사혁신처는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를 그대로 둘 경우 2037년 공무원연금에 대한 공무원의 기여금은 4조9454억 원인 반면 국민이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는 보전금이 18조684억 원으로 3.7배나 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재정이 건전한 국가였다. 나랏빚이 적다는 것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가 빠르게 늘어나 작년 말 현재 국가채무 530조 원을 돌파했다. 연금충당부채는 이보다 더 많은 645조6000억 원이니 나라곳간 사정은 위험수역(水域)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해 24일 민주노총과 함께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야당이 공무원 노조의 눈치를 보며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가동을 막고, 여당도 적당히 연금 개혁을 뭉갠다면 국민과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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