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 진흙탕 당권 싸움하며 사회갈등 걱정하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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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연설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안을 만든 뒤 내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의했다. 아울러 조세 개혁을 위한 범국민 조세개혁특위도 설치하자고 밝혔다.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다. 우 원내대표는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인 권력, 자본, 기회 독점의 승자독식 구조와 관행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 대표 연설이 주로 대통령 비판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비교하면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이다.

우리 사회는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한 해 평균 164조 원이나 된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로 각 분야에서 반목과 분열이 심하다. 갈등의 상당 부분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상대방을 배척하는 잘못된 정치 행태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해야 할 정치가 도리어 갈등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8일 열리는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벌어지는 사태만 보아도 그렇다.

이번에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문재인, 박지원 의원은 각각 친노(친노무현)와 호남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의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김대중파, 노무현파로 갈려 사생결단식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까지 나서 어느 한쪽 편을 들었다. 경선이 코앞인데 뒤늦게 경선 룰을 놓고 싸우는 모습은 구차해 보인다. 박지원 의원은 방송 토론회에서 “친노의 만행” 운운했고, 문재인 의원은 “이런 저질 토론은 처음”이라고 맞받았다. 다른 당 대표 후보인 이인영 의원이 보다 못해 토론장을 뛰쳐나가려고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새정치연합의 한쪽에서는 사회 갈등을 걱정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갈등을 키우느라 바쁘다.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혼란스럽다.

제1야당을 건강한 대안세력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비전을 놓고 경쟁하기보다는 당권 장악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문재인, 박지원 후보 간의 대립이 거의 전면전 수준이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사회 갈등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맨얼굴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새정치민주연합#개헌#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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