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성없는 終戰70년 담화’ 내는 아베, 부끄럽지 않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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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종전(終戰) 70년을 맞아 8월 발표할 기념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의 문구를 넣지 않겠다고 밝혔다. 5일 신년회견에서 “앞선 큰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을 생각”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20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 한국과 미국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 정부는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6월로 다가온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미래에 대한 의사를 담고 싶다”고 했으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일본이 자랑할 만한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 오죽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가 “전후 70년간 일본의 행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아베의 발언을 즉각 비판했겠는가.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역사 역주행으로 한일 한중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지난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관 방문은 그의 이중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에 대해서는 “인권을 지키는 세상” 운운하면서도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는 극구 부인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베가 자국 내 인기와 왜곡된 역사 수정주의에 빠져 문명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거꾸로 간다면 일본은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될 수 없다. 에번 메데이로스 미국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주 “과거사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야만 미국과 일본이 진정으로 가까운 우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담화라면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아베#종전 70년#기념담화#식민지 지배#침략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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