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새누리당의 서청원 유기준 서상기 의원 등 친박계 중진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고 한다. 그동안 ‘정윤회 문건’ 파동을 비롯해 골치 아픈 국정 현안이 많았기에 박 대통령으로서도 한 해를 보내면서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하필 친박 핵심들이어서는 국민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가 없다.
시기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지금 새누리당 내 친박, 비박계의 갈등은 거의 비등점에 다가간 상황이다.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신년회에 초청받은 새누리당 인사 명단에 친박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포함된 반면 당 서열이 더 높은 비박계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진 것을 두고도 의도적이라는 뒷말이 많다.
친박계 의원들로 구성된 국가경쟁력강화포럼 멤버들은 어제 송년 오찬 자리에서 김 대표를 향해 “전당대회의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혼자 당직 인사를 전횡하는 모습이다” “여도 야도 아닌 이런 상태로 당을 이끌어 가면 안 된다”며 노골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참석자들이 대화 내용을 세세히 공개한 것을 보면 김 대표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다. 같은 날 김 대표는 기자단 오찬에서 “나는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가 됐다”면서 친박계의 비판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계파 갈등이 지속되면 당에 위기가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실 올해 7월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이런 갈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개헌 문제와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 등을 두고 김 대표와 청와대가 한때 얼굴을 붉힌 적도 있다. 이런 마당에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왕따’시키고 친박 핵심들만 비공개로 만났으니 계파 간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김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애국가 가사처럼 ‘괴로우나 즐거우나’ 국정을 논의할 파트너는 여당을 이끄는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다. 여야를 초월해 국정을 펴야 할 대통령이 특정 계파의 수장 같은 인상을 줘서야 어떻게 전체 정치권과 국민을 대상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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