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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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했던 뜻깊은 해였다. 세월호 유가족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은 역사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한국에 남긴 교황의 메시지는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다. 올 한 해는 안전과 생명과 치유에 관한 질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가슴속 깊숙이 새겨진 해였다.

거리에 성탄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은 다르다. 12월 17∼24일 일주일 동안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 X마스, 클스마스, 성탄절)를 언급한 트위터와 블로그 문서는 모두 71만2578건이 검색됐다. 예년과 비슷한 수치다. 다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글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크리스마스와 ‘이웃’이 함께 언급된 글은 7428건이었다. 올해는 4001건으로 대폭 줄었다. 크리스마스와 구세군이 함께 언급된 글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5건에서 138건으로 줄었다. 크리스마스 연관어 가운데 ‘쌀’이나 ‘연탄’은 아예 순위 안에 없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였다. 참사가 터진 4월 이후 그 어떤 연관어에서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세월호’와 ‘유가족’은 크리스마스 연관어 200위 안에서도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팽목항’이 35건의 언급량을 기록했을 뿐이었다.

최근 국내를 달군 각종 사회적 사건도 크리스마스와는 별개였다. 크리스마스와 정윤회가 함께 언급된 문서는 58건에 불과했고 ‘땅콩 회항’도 405건 언급됐다. 헌법재판소의 8 대 1 판결로 세계적 관심사가 된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도 601건 언급되는 데 그쳤다.

이런 걸 보면 크리스마스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별도의 축제로 인식되고 치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이벤트가 살아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브라질 월드컵마저 비켜갔던 ‘이벤트’가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완벽하게 살아났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인 1위가 바로 ‘이벤트’였다. 무려 8만3925건의 버즈양을 기록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업체들의 이벤트가 매우 풍성하게 진행됐다는 이야기다.

2위는 ‘선물’(4만8840건)이었다. 선물 종류로는 카드가 2만398건으로 압도적이었고 트리가 1만4919건이었다. 양말, 케이크, 캘린더, 스티커, 피자, 아이스크림, 인형, 모자 등이 뒤를 이었다.

연관어 3위는 사진(2만5512건)이었다. 스마트폰 4000만 대 시대를 맞아 온 국민이 무엇이든 사진으로 기록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카카오스토리를 비롯해 사진을 중심으로 한 SNS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사진 키워드가 높은 언급량을 기록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4위 연관어는 ‘집’(2만3558건)이 차지해 크리스마스를 대체로 가정적으로 즐기고 있음을 반영했고 5위는 ‘파티’(2만1616건)였다.

크리스마스와 파티가 함께 언급된 상품 연관어로는 피자가 압도적 1위에 올랐고 등갈비, 김치, 와인, 케이크가 뒤를 이었다. 김치와 와인이 공존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6위에는 ‘카드’가 올랐고(2만398건), 7위에는 ‘따뜻한’(1만9970건), 8위에는 ‘분위기’(1만8826건)가 올랐다. 9위는 ‘친구’(1만8686건), 10위는 ‘크리스마스트리’(1만4919건)가 차지했다. 전체 탐색량 가운데 긍정어 분포는 71.4%였고 부정어 분포는 10.6%였다. 긍정어 상위권에는 즐거운, 따뜻한, 행복한, 해피, 좋은 등이 차례로 올랐고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부정어로는 울다, 춥다, 외롭다, 친구 없다, 걱정 등이 올랐다. “아흐, 내일 크리스마스 근무라니, 근무로 이 외로움을 잊을 테다”에서부터 “크리스마스도 되는데 여자친구가 없어서 여자가 되었습니다”라는 재치 있는 트윗도 보였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SNS 여론은 이벤트가 너무 많아 정확한 언어를 포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산타클로스의 정신이 그렇듯,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점점 더 힘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크리스마스#교황#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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